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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리뷰해요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by 후라야 2020. 8.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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랩핑된, 따끈따끈한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동화책.

요즘 <사이코지만 괜찮아>라는 드라마가 참 인기지요. 저는 드라마를 잘 안 보는 편인데도, 워낙 한국에서도, 또 해외에서도 화제가 되다 보니! 그 내용이 무척 궁금해졌어요. 남편과 저는 (분야는 다르지만) 각자 콘텐츠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있는데요. 드라마를 안 보던 사람들인 만큼, 드라마를 볼 핑계(?)를 찾았어요. "우리, 요즘 사람들이 왜 이 드라마를 좋아하는지 분석해보자!" 따위의 이야기지요. 하지만, 1화부터를 보는 순간, 아... 이미 이 드라마의 팬이 되어버렸어요. 이틀에 걸쳐, 넷플릭스로 무려 14화까지 정주행했답니다. 하하. 집중력 엄청나죠? (다들, 그런 걸까요.) 더 재미있는 건, 저보다 남편이 더 빠져들어서 봤다는 거예요. 드라마의 'ㄷ'자만 들어도 절레절레 하는 남편이 말이지요. 그런 남편이 14화를 다 보고는, "아, 다음 화 보고 싶다"라고 자주 말했어요. 그래서 오늘 15화도 처음으로 '본방사수'라는 걸 해보았어요.

비닐을 뜯자마자 동화책 기념 사진을 찍습니다.

드라마를 재밌게 본 저는, 특히 드라마 속 동화 이야기에 더 매료되었어요. 그중에서도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에 말이지요. 다소 기묘한 그림체에, 다소 잔인하면서도(?) 단단한 이야기에 폭 빠졌어요. 드라마 속에서 아주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동화라서, 동화 속 이야기는 당연히 100퍼센트 드라마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그 내용을 그대로, 특별 기념 시리즈로 출간한 거지요. 책 표지에도 원작자(?)인 조용 님(글)과 잠산(그림) 님이 아니라, '고문영 동화'라고 나와 있어요. 동화책 한 권을 소장한 것만으로도 드라마 속 고문영의 찐동화책을 엿보는 느낌이에요. 표지부터 강렬했지요?

앞표지를 넘기자마자 고문영 작가 소개가 나옵니다. (하지만 극 중 설정이라는 안내가 작게 적혀 있지요.)
다음 장엔 무려, 고문영 친필 사인까지 인쇄되어 있어요. 팬심 자극자극.

저 친필 사인을 보는 순간, <사이코지만 괜찮아> 1화였나요? 2화였나요? 강태가 고문영 작가의 팬인 상태를 위해 가짜 사인을 받아왔을 때, "가짜"라고 외치며 실망하던 상태 오빠(?)가 떠올랐어요. 상태 오빠는 고문영 작가의 찐팬이었기 때문에 가짜 사인 정도는 한눈에 알아볼 수 있었지요. 어쨌든, 드라마 초반 장면이 떠오르면서, 친필 사인 인쇄 페이지를 보는 제 마음도 다시 몽글몽글해졌어요. (동화책 자체가, 드라마 팬들에겐 굿즈 그 자체, 아니 그 이상인 셈이지요!) 고문영 작가의 동화책답게(?) 그녀의 대표작으로는, 극 중에 나온 동화책들이 줄줄이 적혀 있어요. <봄날의 개>, <손, 아귀>, <머니머니 해도 어? 머니>, <목마를 탄 소녀>, <악몽을 먹고 자란 소년>, <미운 개의 새끼> 그 외 다수라고요.

이야기는 소년이 끔찍한 악몽에서 깨어나면서 시작됩니다.
'잊고 싶은 과거의 나쁜 기억들이 매일 밤마다 꿈속에 다시 나타나서 소년을 계속해서 괴롭혔죠.'

소년의 악몽은, 어른이 된 우리의 악몽과도 겹쳐지죠. 그게 진짜 악몽일 수도 있고, 악몽 같은 현실일 수도 있겠지요. 저 강렬한 표정에, 저도 악몽에서 막 깨어난 느낌이 들었어요. 매번 나비(엄마를 죽인 살인자)에게 쫓기는 삶을 살아온 상태와 강태의 악몽 같은 삶도 덩달아 떠올라요. 매일 밤, 그때 그날의 장소로 돌아가, 엄마가 살해되는 장면을 다시 목격하고 마는 상태의 악몽. 문영이 자신의 저주받은 성(집)으로 돌아온 날, 다시 시작된 (사이코패스가 분명한!!!) 엄마에 관한 악몽도 생생하게 느껴져요. 다시 동화 속 이야기로 돌아가볼까요. 잠드는 게 너무나 무서웠던 소년은 어느 날, 마녀를 찾아가 애원했대요.

"마녀님 제발... 다시는 악몽을 꾸지 않게... 제 머릿속에 든 나쁜 기억을 모두 지워주세요! 그럼 당신이 원하는 걸 뭐든지 드릴게요!"
"내 나쁜 기억은 모두 지워졌는데 왜! 왜 난 행복해지지 못한 거죠?"

세월이 흘러 어른이 된 소년은 더 이상 악몽을 꾸지 않았다고 해요. 하지만 조금도 행복해지지도 못했죠. 대가를 받기 위해 다시 마녀가 나타났을 때, 소년은 자신이 왜 행복해지지 못했냐며 마녀에게 따져요. 마녀는 그의 영혼을 거두며 정말, 어른인 우리에게도 마음속에 쿵 하고 내려앉는 이야기를 하지요.

"아프고 고통스러웠던 기억... 처절하게 후회했던 기억... 남을 상처 주고 또 상처받았던 기억... 버림받고 돌아섰던 기억... 그런 기억들을 가슴 한구석에 품고 살아가는 자만이 더 강해지고, 뜨거워지고, 더 유연해질 수가 있지. 행복은 바로 그런 자만이 쟁취하는 거야."

소년에게 조언을 해주는 마녀의 모습이에요. 드라마 속에서 정말 중요한 동화 설정이자, 현실과 맞닿아 있는 이야기지요.
"그러니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겨내지 못하면, 너는 영혼이 자라지 않는 어린애일 뿐이야."

우리는 얼마나 많은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고 살았을까요. 마음속 깊이 꽁꽁 숨겨둔 기억은, 어쩌면 우리 내면을 조금씩 조금씩 더 아프게 하고 있었을지도 모르겠어요. 아물지 못한 상처가 덧나듯 말이에요. 그렇게 계속 모른 척 잊은 척 하다 보면, 그건 결국 출구 없는 악몽이 되고 말겠지요. "그러니 잊지 마. 잊지 말고 이겨내." 이 말은, 극 중 고문영이 자신에게 해주는 말 같기도 해요. 스스로 잊지 말고 이겨내기 위해 동화로 써서 계속계속 되새기는 느낌. 그리고 그 말은, 강태와 상태 형제들이 삶의 악몽을 이겨내기 위해 노력할 때도 큰 힘이 되어주는 '마녀의 조언'이죠. 그리고 그걸 보는 우리들도 힘을 얻어요. 이 동화책은 고작 본문 딱 14페이지로 구성되어 있지만요. 정말 짧지만 정말 긴 울림을 주는 이야기예요.

책 마지막 페이지 판권에서는 실제 글, 그림 원작자 정보가 들어 있지요.

참, 처음에 드라마를 볼 때는 원래 있는 동화를 바탕으로 드라마에 활용했을 거라 여겼는데요. 그게 아니라, 각본가가 드라마를 위해 직접 지은 동화라고 하니 더 감탄하게 돼요. 그래서 드라마 내용과 이토록 찰떡같이 맞아떨어졌구나, 그래서 이런 진정성 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었구나, 하고요. 기존 동화와는 많이 다른 그림체와 이야기도 놀랍기도 하고 신선하기도 하요. 무엇보다 동화가 주는 동심으로의 끌림도 강렬하죠. '동화'라는 장치 덕분인지, 드라마 장면에서 주인공 강태, 성태, 문영의 어린 시절로 돌아갈 때마다 몹시도 몰입하고 말았어요. 그리고 그 순간, 저 또한 저의 어린 시절의 추억과 성장통을 다시 기억하고, 추억하고, 그리워하게 됐지요. 이 책 한 권 소장하는 것만으로도, 드라마 속으로, 또 어린 시절 동심의 세계 속으로 우리를 데려다줄 거예요. 추천추천! *ㅁ* (약장수 같은 멘트지만, 찐팬으로서의 진실한 추천이옵니다.)
그리고 당장은 어렵겠지만,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도 꼭 한번 들러보고 싶어요. 드라마를 본 분들은 모두 비슷한 장소들을 떠올리겠지요? 특히, 전 괜찮은병원 촬영지 중 바다가 보이는 야외 벤치에 꼭 가보고 싶어요. 그 뷰, 그 뷰... 아 잊을 수 없지요.
참 동화책도 동화책이지만, 이 드라마 엄청 웰메이드 드라마예요. 평소에 '아, 전 드라마는 안 봐요' 하시던 분들, 꼭 한번 편견을 깨고 드라마를 시청해보세요. 넷플릭스로 몰아보기도 가능해요. 이 드라마는 몸과 마음의 결핍을 지닌, 그리고 장애를 지닌 사람들의 삶을 관통해요. 우리들 모두 결핍에서 자유로울 수 없듯, 한 사람 한 사람의 사연에 100퍼센트의 마음으로 공감하고, 아파하고, 함께 성장하게 돼요. 자극적인 듯한 드라마 설정 속에, 그 어떤 이야기보다 따뜻함이 스며 있어요. 동화도, 드라마도 강력 추천합니다.

마치 미소 지으며 기분 좋은 꿈을 꾸는 듯한 카야.

마지막 한마디. 이 이야기가 주는 교훈처럼, 우리는 악몽(같은 기억)을 잊지 말고 이겨내야 더 성장할 테지만요. 그래도 부디 오늘 밤은, 오늘 밤만은! 모두에게 악몽 없는 밤이기를 기도할게요. 아니, 악몽 잊은 밤이기를 기도할게요.

모두들, 카야처럼만 안온한 밤이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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