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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든 리뷰해요

여름이니까, 대나무 매트

by 후라야 2020. 7.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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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어서 와, 한국은 처음이지?>라는 프로그램을 볼 때였어요. 스웨덴에서 온 이케아 디자인 디렉터분이 출연한 회차였지요. 이케아 사무실도 나오고, 마치 이케아 쇼룸 같았던 그의 집도 공개되었어요. 평소 소파 생활을 하는 저였지만 소파가 패브릭 소재라 살짝 더운 느낌이 들어) 그날은 맨 바닥에 앉아 보고 있었죠! 그런데, 그분이 갑자기 집 안 분위기를 바꾼다며, 한국적인 느낌이 드는 (그간 모아온) 소품들을 여기저기 배치하기 시작했어요.
그중 제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대나무 매트(또는 돗자리)였어요. 맞아, 맞아, 이렇게 더운 여름엔 대나무 매트 같은 게 있으면 훨씬 시원할 거야, 그러면서 분명 여전히 저는 티비를 보고 있었던 것 같은데 어느새 손이 저절로 움직여서 쿠팡에서 대나무 매트를 주문했지 뭐예요. 일단, 대나무 매트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던 저는 쿠팡 추천 상품 중 저렴한 2만 원짜리 매트를 주문했어요. 평점도 4점이었고, 꽤 많은 사람들이 구매한 것 같았거든요. 그리고 쿠팡의 총알같이 빠른 배송으로, 저는 금방 아래의 대나무 매트를 받게 되었어요. '베이직 쿨 대나무 돗자리'라는 상품이었고 정확하게는 19500원에 로켓와우로 구매했네요. 저는 더블 사이즈(135*180)를 샀고, 거실 사이즈(180*210)는 33900원에 구입하실 수 있답니다.

시원시원한 느낌이 참말로 씨원하게 느껴지는 대나무 매트

보기엔 여름에 딱 어울리는 찰떡 대나무 매트였어요. 잔가시는 마른걸레(라고 하지만 반쯤 잘라둔 수건 재활용)로 싹싹 닦아주고 저렇게 깔아보았어요. 아주 잠시 설렜어요. *ㅁ* 그러나, 그 감정은 오래 이어질 수 없었지요. 분명히 여러 번 닦고 깔았는데 제 맨살에 닿는 이 까슬까슬함은 무엇이지? 불현듯 현실 바늘 방석에 앉아 있는 느낌이 들었지요. 그래도 새것을 산 설렘을 더 간직하고 싶었던 건지, 저는 현실을 부정하며, "여름이니까~ 대나무 매트"이러면서 신이 나서 곧 퇴근해올 남편을 기다렸었어요. (남편은 집에서 직장이 멀어서 퇴근 시간이 꽤 늦어요.) 저녁 늦게 들어온 남편은 대나무 매트에 앉더니 잠시 말 없이 있었어요. 하지만 한 시간쯤 지났을까 제게, "이 대나무 매트 쓰면 안 될 것 같아, 우리도 우리지만 고양이들이 뛰어다니다가 발에 가시 박힐 것 같아"라고 말했지요. 휴, 역시 사람이 느끼는 건 모두 같은가 봅니다. 저는 진심 상품 후기를 거의 쓰지 않는 귀차니즘인데요. 고작 19500원이지만 아예 쓸 수 없는 상품을 팔고 있는 것에 화가 나서 (여름이니까 맨살이 닿는 경우가 엄청 많지 않겠어요? 그런데, 그런데!!!! 부들부들) 제가 후기를 남겼습니다.

별 하나도 아까운 대나무 돗자리였지만 저게 최하점이었어요. 하아, 보이시죠? 다른 상품 구매한 건 후기 안 남긴 거!!!!!

자, 그러고 나서 남편과 사이좋게(?) 힘을 합쳐 대나무 돗자리를 돌돌 말아서 방구석에 세워두었어요. 이대로 포기하기엔 대나무 매트에 대한 제 설렘이 너무 컸나 봐요. 저는 남편을 졸라서 좋은 매트를 하나 더 사보자고 했죠. 저희는 2만 원짜리라서 이렇게 질이 나쁜가봐 하면서 무려 15만 원짜리 편백나무 매트를 주문했어요. 그리고 마침 저 질 나쁜 매트가 배송 오던 날 저희 집에 들렀던 지인에게 이 소식을 전했지요. 그랬더니, 갑자기, 본인이 2년째 만족하고 쓰고 있는 4만 원대 대나무 매트가 있다면서 15만 원짜리 당장 취소하고 그걸 주문해보라고 강력추천 해주지 뭐예요. 저희는 진짜 믿을 만한 지인의 추천으로, 원래 주문을 취소하고 바로 4만 원 조금 넘는 가격의 매트를 주문했어요. 이마트몰에서 구입하셨다고 했는데 비슷한 가격으로 쿠팡에도 팔고 있어서 저는 편하게 쿠팡으로 주문했어요. 상품명은 '리앤데코 17mm 왕대나무자리 특대'로, 180*220 사이즈로 엄청 넉넉한 녀석이에요.

새로 구입한 리앤데코 대나무 매트는 크키가 커서 한번에 안 들어오네요. 저희 둘째 카라가 너무 좋아해서 그 사진만 잔뜩
요렇게 넓은 마디들이 엮여 있어요.
카라의 뒹구르르르는 그 뒤로 계속되고 있습니당

요 대나무 매트도 마른 걸레로 싹싹 반복해서 닦아주고 깔았어요. 그리고 전 남편이 오길 기다렸죠. 이날은 아마 토요일이었는데, 남편은 토요일 오전에 어학원을 다니고 있어서 오후가 되어서야 집으로 돌아왔어요. 전, 두 눈 가득 수정처럼 맑은(?) 눈빛으로 남편을 바라보며, 대나무 매트의 도착 소식을 알렸지요. 남편은 한번 겪은 일이 있는지라 크게 기대하지 않는 눈치였지만, 제게 장단을 맞춰 주느라, 손을 깨끗이 씻고 대나무 매트에 가서 앉았죠.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니, 남편도 저기 카라처럼 뒹굴 누워 보더니 너무 좋다고 극찬을 하지 뭐예요. 저희는 바로 추천해준 지인에게 연락해서 대만족한다는 소식을 전했고, 이 제품 모르고 15만 원이나 쓸 뻔했다고 안도했어요.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좋은 건 자고로 나눠야 하잖아요? 저는 부모님께 이 대나무 매트를 보내드렸어요. (결혼 후 용돈제로 생활하고 있는데 제 7월 용돈이 바닥 나서 언니들을 꼬셔 n분의 1로 결제했지요.) 반응이 어땠을 것 같으세요? 엄마는 전형적인, 무뚝뚝한 경상도 여사님이라 표현을 아끼는 편인데, 이렇게 문자가 왔어요. "야, 너네 아빠가 대나무 매트 무지 좋댄다." 하고 말이죠. 사실 제가 언니들(제게는 언니가 둘 있어요.)에게 이거 사주자고 할 때 특히 첫째 언니가 "그거 엄마가 좋다고 했어?" 이러면서 미심쩍은 태도를 취했는데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거 보고는 앞으로 이런 아이템 있으면 바로 공유해달라고, 엄마아빠 사주자고 저보다 더 좋아하더라고요.

자자, 이제 7월의 마지막날을 향해 가고 있어요. 여름이 얼마 남지 않았지요. 이 시점에서 대나무 매트를 사야 할까? 고민하는 분들이 있다면 당장 사라고 조언해드리고 싶어요. 8월은 몹시 무더울 것이고, 습할 것이고, 그 기운이 9월까지 압도할 테니까요. 그리고 한번 사두면 몇년이고 쓸 수 있는 제품이니까요. 저는 너무 만족스러워서 한겨울을 제외한, 봄, 여름, 가을 내내 깔아둘 것만 같아요. *ㅁ* 좋은 건 널리널리 퍼뜨려야 하니까 이렇게 빨리(과연 빨리인가?) 제품 리뷰를 올리게 된 거예요.

마지막 사진은, 저희 가족의 대나무 매트 활용 실태(?)를 보여주는 거예요. 카라와 집사1(저요, 저), 집사2(울 남편)는 한몸, 한마음!!!

그런데 이렇게 대나무 매트 러버는 카라와, 집사1, 집사2만!
카후와 카야는 여름 이불 깔아둔 침대에서 주로 싸우거나(?)
다소 더워 보이는 패브릭 소파에 굳이 둘이 같이 앉아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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