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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여기 어때요?

랜선여행 1편, 마드리드 여행

by 후라야 2020. 8.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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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본 풍경


마드리드로 떠나는 방구석 랜선여행


오늘은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집콕하고 있는 방구석 여행자들의 답답함을 달래기 위해 스페인 마드리드로 떠나려고 해요. 저는 바르셀로나에 있다가 기차 렌페를 타고 마드리드로 향했어요. 편도 3시간 정도면 도착하는데요. 본 숙소를 바르셀로나에 쭉 잡아두었나 보니, 정말 마드리드는 즉흥적으로 당일치기로 도전한 거였죠. 먼길 다녀왔지요. 왕복 6시간 기차 여행. 그리고 렌페는 미리 예약해두면 조금 더 저렴할 텐데, 저는 갑자기 바로 전날 예약하는 바람에, 왕복 25만 원 정도의 비싼 차비를 지불해야 했답니다(어흑). 하지만 이럴 때 안 가면 영영 마드리드는 못 가볼 것 같아서 훌쩍 떠났지요.

 

바르셀로나에서 기차로 마드리드 가는 길에 펼쳐진 풍경.
독특한 경치에 여독이 쌓이는 줄도 모르고 한참 바라보았어요.
푸르른 하늘, 조금 삭막해 보이지만 펑 뚫린 대지의 위엄.
비슷한 듯 조금씩 바뀌는 경치에 정말 흠뻑 빠져드네요.

 

기차를 타고 가는 길, 제 앞에는 어느 나라인지 모를 국적의 외국인이 앉았어요. 먼저 "올라!" 하고 인사를 건네기에 저도 "올라!" 하고 수줍게 말했던 기억이 나네요. 남자분이었는데, 어쨌든 유럽분 같았어요. 혼자 여행 중인 듯 보였죠. 자리에 앉아서 잠시 이것저것 세팅을 하더라고요. 그러다 기차가 출발하고 기차 특유의 평온한 백색 소음이 지속되는 그 순간, 그분께서 아이패드(일 거예요, 아마도?)를 꺼내고 전용펜을 들었어요. 창밖을 바라보며 슥슥 멋지게 스케치를 시작했어요. '우와, 외쿡인은 기차에서 그림도 그리는구나, 근사한데?' 요렇게 마음속으로 생각하는 순간, 그분께서 아이폰을 척 치켜드셨어요. 그러더니 그림을 그리고 있는 본인의 모습을 (셀카가 아닌 것처럼) 적당한 앵글을 찾아 찰칵. 유럽 남성분도 이렇게 한국인들처럼 순간순간을 인증샷으로 남기는구나, 하면서 본의 아니게 그분을 관찰하고 말았어요. 사실은 저도 기차에서 3시간 동안 읽을 <리스본행 야간열차> 책을 꺼내서 펼치고는 경치와 함께 나오게 사진을 찍었어요. '우린 닮았네' 이러면서 지켜본 거지요. 그런데 말이에요. 그분께서 사진을 찍자마자 아이패드와 펜을 가방에 집어 넣으시고는, 방금 찍은 인증사진을 SNS에 올리고는 바로 딥슬립에 빠져드셨어요. 아... 보여주기식의 인증샷이었구나, 를 느끼고는, 세계 어딜 가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구나 했어요. 왜, 우리도 그럴 때 있잖아요? 사진 찍는 순간에만 더 멋있어 보이고 싶어하는 본능. 그래도 저는 3시간 내내 최고로 애정한 책인 <리스본행 야간열차>를 쭉 읽었습니다. 언제가는 정말 그 열차를 타는 날을 기대하면서요. (당시만 해도 8개월치 예약이 꽉 차 있다고 들었네요. 영화의 인기 탓일까요. 하하.) 

 

기차에서 빠질 수 없는 브런치. 토스트와 따뜻한 커피 한잔!

 

분명 아침을 간단히 먹고 탔는데도 배가 고파요. 얼마 지나지 않아 식당칸을 찾아갔지요. 식당칸에는 이미 허기를 채우려는 여행객들로 붐볐어요. 패스트푸드로 먹을 수 있는 여러 음식들과 음료가 있었고, 몇 개는 아예 음료와 빵을 세트 메뉴로 팔고 있었지요. 냠냠. 토스트와 커피를 먹으면서 바깥 경치를 바라봤어요. 앞서 보여드린 사진처럼 근사한 대자연이 끊임없이 펼쳐지고 있었어요. 이 자체도 마치 대관람차를 타고 근사한 도시의 전경을 바라보듯, 저는 기차를 타고 무려 3시간이나 그런 시간을 가질 수 있었죠. 왕복 6시간의 고통이라 생각했다면 그 시간이 조금 무겁게 느껴졌을 테지만, 제게는 매 순간 소중한 경험이었어요. 제가 언제 기차를 타고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겠습니까. 다음 번에 바르셀로나 여행을 다시 가게 된다면, 절대로 기차를 타고 마드리드엔 가지 않을 거예요! (마드리드 흑역사 곧 풀어드립니다, 하하.) 

 

얼마 지나지 않아 아토차역에 도착했지요. 저기 뒤에 큰 건물은 뭔지 모르겠네요.*ㅁ*;;
예술이라고 해야 할지, 무서운 얼굴 동상이 저를 반겨주네요.

 

아토차역은 우리나라 서울의 서울역과 같은 마드리드의 대표적인 기차역이에요. 사실 엄청 비슷하다고 느낀 것은, 왜 우리나라에도 역 근처엔 늘 빛과 어둠이 있잖아요. (잉?) 뜬금없죠. 큰 기차역들 보면 화려하고 웅장하면서도, 또 뒷골목엔 사창가가 있다든가, 좀 무서운 골목이 있다든가 그렇잖아요. 아토차역도 딱 그랬어요. 기차역 앞으로는 마드리드의 주요 여행지들로 이어지는 길들이 줄줄이 펼쳐지는데, 뒷골목에는 어두움이 도사리고 있었죠. 저는 여기저기 둘러보고 다시 아토차역으로 돌아올 때는 어쩌다 길을 잘못 들어서 그 문제의 뒷골목을 걷게 됐는데요. 바르셀로나의 경우, 그렇다고 하더라도 도시가 깨끗하고, 사람도 많고, 당해봐야 소매치기인데요. (물론 야밤의 마약 거리 같은 곳은 또 얘기가 달라지겠죠?) 그런데 마드리드는 엄청 달랐어요. 제게 가장 큰 충격을 안겨주었던 것은 지나가다 본 식당이었어요. 사람들이 북적였는데, 우리 기준으로 지저분하다는 표현 그 이상을 써야 할 것 같은 상태였죠. 가게는 무척이나 더러웠고, 바닥은 쓰레기장 같았고, 온갖 오물 냄새가 날 것 같은 그런 식당. 그게 아무렇지 않다는 듯 식사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 식당의 길은 더, 더 지저분해서, 마치 시위를 끝내고 사람들이 우르르 빠져나간 빈자리를 보는 듯한 난장판이었어요. 깜짝 놀랐지만 그저 발걸음을 재촉했죠. 그러다, 약간 눈이 풀린 사람을 마주쳤어요. 그 옆으로 마약을 한 것 같은 두 남자가 더 보였어요. 놀라서 발걸음을 더 재촉하는데, 그 세 명이 일제히 제 쪽으로 다가오는 게 느껴졌죠. 이제 저는 달리기 시작합니다. 뒷골목 중에서도 사람들이 더 많은 길로 서둘러 뛰어갔어요. 다행히 여러 무리에 섞여 들었고 그들을 따돌렸지요. 나중에 아토차역으로 돌아와서 검색해보니... 그 주변으로 묻지마 강도, 아니 정확히 표현해 '목 조르기' 강도 사건이 엄청 많다는 정보를 보게 됐지요. 어쨌든, 혹시라도 마드리드에 가게 된다면, 아토차역 뒷골목으로는 절대, 절대 가지 마세요! 

 

마드리드 시내를 걷다가 저세상 버스킹을 들려주는 할아버지를 만났어요.

 

꼭! 꼭! 감상해보세요. 이번 글에서 킬포 영상입니다!

 정말 깜짝 놀랐어요. 사실 바르셀로나 국립카탈루냐미술관 앞에서 펼쳐진 버스킹을 (두번이나 찾아가서) 감상했는데요. 그 연주 음악들이 너무 좋아서, 그리고 거짓말 같은 야경이 너무 좋아서 살짝 설렜던 저였어요. 그런데 마드리드라는 도시가 주는 느낌은 바르셀로나랑은 너무 다른 거예요. 대도시지만 별로 내 마음 줄 곳은 없구나 하고 실망하던 차에, 이 할아버지를 만난거죠. 정말 사람이 많이 오가는 비좁은 길에서 연주하셨는데, 멈춰 서서 감탄할 수밖에 없었지요. 버스킹의 여운을 뒤로하고 마드리드의 평범한 길을 잠시 타박타박 걸어볼까요.

 

뭐가 뭔지 모르겠지만 어떤 건물을 봐도 조금 화려하고 조금 오래된 느낌!
평범한 마드리드의 길들을 쭉 걸어봅니다.
여기저기 길 모퉁이나 동상이 참 많아요.
서울처럼 사람도 참 많지요?
거리에는 작지만 오랜 시간 그 공간을 지켜온 듯한 건물들이 많았지요.

 

그리고 한 군데 둘러보고 나오니 너무 배가 고파서 마요르 광장 쪽 식당으로 향했어요. (어디에 갔는지는 2편에서 자세히 공개할게요.) 광기의 현장으로 유명한 마요르 광장은 제가 갔을 때는 여기저기 공사 중이었어요. 마요르광장은 주변을 빼곡하게 채운 중세 건물들 사이에 자리 잡고 있었어요. 광장에서 가장 눈에 띄는 건 펠리페 3세의 기마상. 스페인을 몰락으로 이끈 왕이라고 합니다, 하하. 어디든 있지요, 이런 사람들. 마요르 광장은 지금은 여행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곳이 되었지만, 한때는 종교재판이 벌어진 잔인한 장소였어요. 1480년부터 열린 종교재판(특히 이단자를 공개화형하는 '아우토다페')의 잔혹성으로 널리 이름을 떨쳤다고 하니 갑자기 소오름이 돋기도 했어요. 스페인 전역에서 무려 34만 명이 종교재판을 받았고, 그중 3만 명이 넘는 사람이 사형을 당했다고 하니, 얼마나 어마어마해요. 오늘날에는, 매년 3월이면 예수의 수난과 죽음을 기념하는 세마나 산타 축제가 열리는 축제의 공간으로 변신했다고 합니다. 

 

펠리페 3세의 기마상과 중세 건물들이 보여요. 공사 중이라 그리 근사해 보이진 않죠? 또르르.

 

스페인에 가면 꼭 먹어보라고 추천하고 싶은 게 바로 토마토와 오징어링튀김이에요. 의외의 추천 메뉴지요? 스페인의 토마토는 유난히 과육도 싱싱하고 맛있어서, 그 맛 그대로 즐겨도 부담이 없더라고요. 특히 조금 느끼한 튀김 메뉴와 함께하면 정말 환상의 조합. 오징어링튀김은 먹으면서 생각했어요. '와, 이건 재료가 사기다!' 세상에나, 그렇게 신선한 오징어링튀김이라니요. 탱글탱글한 식감에, 상큼상큼한 레몬즙의 향...! 바르셀로나에서 특히 짭짤한 음식을 많이 섭취했더니, 마드리드에서 즐기는 가벼운 점심은 그 어느 곳보다 재료의 맛으로 승부하는 좋은 식사였어요. 그리고 저기서 빠지면 안 되면 음료는 바로, 바로 레몬콜라입니다! 뭐, 물을 돈을 내고 사 먹자니 한국인 습관에 쉽지가 않고, 식사 때마다 레몬콜라를 마시거나 상그리아, 또는 와인 한잔을 곁들였는데요. 제일 든든하고 부담없는 것은 레몬콜라! 한국에 돌아와서도 한동안 콜라를 마실 때는 무조건 신선한 레몬을 잘라 넣었답니다. 흐~ 또 마시고 싶네요. 강력추천! (이건 지금 우리도 그 맛을 느낄 수 있다고요! 코라콜라와 신선한 레몬 하나만 있으면 됩니다.)

 

이보다 더 신선한 토마토를 만나본 적 없다고요!
보는 것보다 훨씬 훨씬 맛있어서 감탄하고 말았던 저세상 오징어링튀김!

 

자, 오늘은 마드리드 여행 워밍업을 해보았습니다. 마드리드를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정말 무서운 곳이다! 왜냐면 전 목 조르기 강도 사건이 많이 일어난다는 아토차역 뒷골목을 걷고 말았고, 그 강도인지 아닌지 알 수는 없지만, 눈 풀린 마약 아저씨들을 셋이나 만났고요. (알고 보면 저보다 한참 어릴지도 모르지만....요. 겉보기엔 무서운 아재들!)
그렇지만 마드리드는, 그럼에도 여행 가길 잘했구나, 싶은 도시였어요. 일단, 바르셀로나에서 마드리드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나게 된 풍경들, 길을 걷다 우연히 듣게 된 저세상 버스킹. 또, 저세상 오징어링튀김과 세상 신선한 토마토 샐러드, 그리고 레몬콜라의 조합은 충분히 근사하니까요. 마드리드는 정말 어둠과 빛이 공존하는 도시라고 느꼈는데, 굳이 나누자면 오늘은 '어둠 편'이었습니다. 내일은 '빛'을 마주하게 될까요? 하하. 오늘 밤 잠들기 전에, 마드리드 할아버지의 버스킹을 한번 더 감상하고, 꿈속에서 마드리드로 여행 가고 싶어요. 실제로는 못 가게 된 도시 마드리드를 꿈속에서 만난다면, 이게 무슨 횡재예요! 여러분도 자기 전에 제 방구석 여행 마드리드 편을 읽고 주무신다면, 그 영향으로 마드리드 꿈을 꿀지도 모릅니다. (자기 전에 보는 콘텐츠는 분명 꿈에 영향을 미치거든요! 이쯤 되면 '난 꿈 안 꾸는데?' 하는 분들 계실 거예요. 하지만 그건 꾸지 않는 게 아니라 기억하지 못할 뿐이에요.)

 

"오늘 밤엔, 자다 깨도 생생히 기억날 만큼, 근사하고 강력한 마드리드 여행 꿈 꾸세요." 

 

한국에서 마드리드 가는 법

우리나라에서 마드리드로 가려면 인천국제공항에서 마드리드 바라하스 공항으로 가면 돼요. 마드리드 국제공항에는 모두 4개의 터미널이 있는데요. 제1, 2, 3터미널은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고, 제4터미널은 셔틀버스로 10분 정도 이동해야 해요. 자, 공항에서 마드리드 시내로 가는 길은 제1, 2, 4 터미널에서 공항버스나 지하철로 30~40분 가거나, 제4터미널에서 기차 렌페 세르카니아스로 30분 정도 걸려서 갈 수 있어요. (대한항공은 주로 제1터미널을 이용한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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