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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요

우리 집, 두 고양이

by 후라야 2020. 8.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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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해먹 침대에도 둘이서 함께.

우리 집에는 고양이 세 마리가 함께 살고 있어요. 그런데 유독, 첫째 카후와 막내 카야만 친하지요. (둘째 카라는 몇번 말씀드렸듯 혼자 있기를 좋아하고 고양이 말고 사람만 좋아해요!*ㅁ* 그야말로 개냥이.) 어쨌든 카후와 카야는 늘 붙어 지내는데, 이런 모습은 막내 카야의 적극적인 행동 때문이에요. 카야는 2.5개월 된 아기 때 저희 집에 입양되었어요. 며칠 혼자 울면서 바들바들 떨더니, 방에서 나와 거실을 돌아다니기 시작할 무렵! 바로 카후 껌딱지가 됩니다. (카후는 수컷이지만, 카야는 카후를 엄마로 인식한 것 같아요. 와서 찌찌 빨고, 카후 몸에 꾹꾹이 하고, 카후 몸에 찰싹 붙어 있거든요.)

먼저 소파에서 자던 카후 몸에 찰싹 붙은 카야.
다른 각도로 봐도 캥거루 새끼마냥 카후 품에 쏘옥.
위에서 봐도 마찬가지예요.
가끔 더우면 같은 소파에서 살짝 떨어져 눕기도 해요. 이와중에 데칼코마니 같은 자세 어쩔 거예요! *ㅁ*

한번은 이런 일도 있었어요. 카후는 평소에는 얌전하지만, 가끔 어떤 심경의 변화가 있을 때 둘째 카라를 괴롭혀요. 평온하게 쉬던 카라는 갑자기 톰과 제리처럼 우다다다 도망가고 소파 밑에 숨고 말지요. 그러면서 작게 으르렁거립니다. 카후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카라 근처를 맹수처럼 뱅글뱅글 돌면서 카라를 압박해요. 자, 그 낌새를 알아차리면 집사1 또는 집사2가 바로 출동합니다. 그날은 유난히 카후가 공격적이라서, 집사1이 카후를 번쩍 들어올려 안방에 가뒀어요. 저희 집은 고양이들이 큰 잘못을 하면 잠깐씩 안방으로 보내는데요. (반성의 방 같은 느낌이죠.)

"카야는요, 카후 오빠 털이 세상에서 제일 포근하다냥!"

그랬더니 카후보다 더 당황한 카야둥절. 카야는 보통 집사1, 집사2의 식사 시간에 인간의 음식을 노리고 자꾸 식탁 위로 올라오기 때문에 그 시간 동안 안방에 갇힌 적이 좀 많았어요. (정말 집요하거든요!) 그랬을 때 카후나 카라는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어요. 자주 있는 일이라 그럴까요, 허허. 그런데 카후가 갇히자마자 오히려 방에 갇힌 카후는 조용한데 카야의 냥성통곡이 시작됩니다. "으아아앙아아아아앙!!!!!!!!" 절대 야옹, 이라거나 미야우~,라는 느낌은 들지 않은 고함소리. 집사들이 모른 척하자, 카야는 2단계 행동에 돌입합니다. 바로 안방 문을 밖에 박박 긁기 시작한 거예요. "카후 오빠 꺼내달라냥!" "꺼내달라냥!" 한 5분 동안 적극적인 시위가 계속되었어요. (요렇게 잠깐만 서로 분리해두어도 카후의 공격성이 줄어들거든요. 겸사겸사...) 문을 열어주었더니, 카후는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위풍당당하게 다시 소파로 걸어갔어요. 그 사이 카야는 여전히 소리를 지르며 카후 주위를 뱅글뱅글 돌아요. "오빠, 나 잘했냐옹? 카야가 오빠 구해줬다냥." 하고 말하는 것 같아요.

카후가 혼자 침대에 자리 잡고 잠을 청하면, 어디선가 불쑥 카야가 나타나 카후 오빠 옆에 찰싹 붙어서 잠을 청해요. 집사1의 속마음 '더울 텐데, 더울 텐데'
가끔은 카후가 카야를 무척 귀찮아하는 날도 있어요. (보통은 다 받아주지만!) 그럼 카야는 카후 오빠 옆 소파에 나란히 눕습니당.
그러다 은근슬쩍 카후 오빠에게 몸을 찰싹 붙이고 자는 카야. 카후도 포기한 듯 카야 베개를 베고 쉬고 있어요.
카후가 한참이나 팔일 올리고 있어서 자세히 들여다보니, 발톱이 소파 천에 걸렸어요. :)

그렇다면, 카후는 어느 시기에 카야를 받아들여주었을까요. 놀랍게도 카야가 우리 집에 온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 카야가 폴짝 뛰어 카후의 소파에 가자, 카후가 그루밍을 해주기 시작했어요. 그 모습이 너무 신기해서 영상도 찍고, 사진도 찍고 그랬어요. 아직 아기라서 카후가 측은지심으로 보살펴주나 생각했죠. 그런데 그 모습은 그날의 이벤트로 끝나지 않고, 1년이 살짝 지난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어요. 카후는 뒤늦게 노묘(어언 10살)가 되어서 아기 고양이를 돌보는 부모의 역할을 경험하게 된 셈이네요. 사실 카야는 카라를 보고도 친해지고 싶었는지 계속 곁을 맴돌았거든요. 하지만 이를 어쩌나. 고양이를 원래 싫어하던 카라는 카야에게 곁을 내어주지 않았지요. 여전히 데면데면, 카야나 카후가 다가오면 하악질! 하지만 낯선 사람이 우리 집에 봐도 강아지처럼 살랑살랑 꼬리를 흔들면서 손을 핥아주곤 하는 카라. 고양이마다 참 성격도 다르고 성향도 다르지요? *ㅁ*

어머나, 얼굴 들고 조는 순간도 일치하는 카후, 카야 남매.
스크래처에 카후가 먼저 들어가자, "카후 오빠~ 나도나도, 카야도 끼워달라냥." 하고 카야도 쏘옥 들어가요. 함께 일광욕을 즐깁니다.
카후 오빠가 소파에 있으면 카야도 소파, 카후 오빠가 침대에 있으면 카야도 침대.
엉덩이를 찰싹 붙이고 숙면을 취하는 카야.

아, 그리고 재밌는 점이 또 하나 있어요. 원래 카라는 식탐이 별로 없어요. 하지만 카후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 식탐이 늘 엄청났어요. 집사1은 아침잠이 많고 알람을 잘 못 들어서 지각을 자주 했었는데, 카후를 키우고부터는 그럴 일이 확 줄었지요. 매일 새벽 5시쯤 집사 고막에 대고 울어대거나, 냥발로 제 몸을 톡톡 건드리거나, 가끔은 냥발로 제 몸을 흔들어 깨우기도 할 정도로! 카후가 밥을 먹겠다는 의지는 늘 굉장했어요. 그런데 막내로 우리 집 가족이 된 카야 역시, 마치 카후의 자손인 듯, 아니면 한 배에서 태어난 남매인 듯 똑 닭은 모습이었어요. 이제 카후는 카야를 행동대장으로 내세웠어요. 카후가 늘 하던 집사 깨우기 3단계 행동을 카야가 하기 시작했고요. 카후는 그저 안방 문 앞에서 근엄한 표정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고 있을 뿐이에요.

그러던 어느 날, 가위에 눌리듯 천장에서 번뜩이는 시선이 느껴져 새벽에 잠에서 깼어요. 깨고 보니, 카후와 카야가 집사들을 노려보고 있었지요. "도대체 언제 일어날 거냥!? 이 잠탱이들아!" 하고 외치는 줄 알았어요.

이렇게 매일매일 지치지도 않고 꼬기오- 하는 새벽 닭마냥 집사들의 알람이 되어주는 고양이 남매들. 물론 이런 행동들이 귀찮을 때도 있지만, 그보다 사랑스러울 때가 훨씬 많아요. 집사가 좀지처럼 일어나 사료를 챙겨주고 돌아오면 거짓말처럼 오도독오도독 소리가 점점 잦아들어요. 그 후엔 고양이들도 침대로 와서 잠시 그루밍 후에 숙면의 세계로 빠져들어요. 흐흣. 특히 며칠 전에는 잠귀 어두운 집사1이 새벽에 벌떡 깼는데요. 바로 카야가 제 귓속에 자기 주둥이(?)를 바짝 붙이고 소리를 질렀기 때문이에요. '와, 지능적인 고양이놈들!' 하는 맘이 절로 들지요. 행동대장 카야는 좀처럼 듣기 힘든 고양이 목소리를 하루종일 쉬지 않고 들려주는 녀석이기도 합니다. 카야도 더 나이가 들면 조금 말수가 줄어들까요?

카야는요, 이렇게 소파 자리가 부족해서 자기 발을 옆으로 걸치는 와중에도, 카후 오빠 옆에 껌딱지예요.
집사2가 자는데 카후랑 카야가 근처에서 같은 표정을 짓고 있네요. 아유, 뀌여운 우리 고양이들.
캣타워 맨 윗자리는 서열 1위 고양이의 자리라는데 (그렇다면 분명 카후 자리인데), 당당히 차지하는 막내 카야와 너그럽게 양보하는 첫째(서열 1위) 카후.
예전 포스팅에서 공개된 사진과는 살짝 다른 표정입니다!:)

카후 껌딱지 카야의 이야기는 앞으로도 계속됩니다. 늘 이렇게 사이가 좋냐고요? 가끔씩은 냥슬링을 하며 무지막지하게 냥펀치를 주고받을 때도 있는데요. 다음에는 냥슬링 특집 편을 포스팅해봐도 좋겠네요, 하하. 다소 과격해 보이더라도, 그건 정말 장난치고 노는 장면이에요. 오해하시면 안 됩니다! *ㅁ* 그리고 카후와 카야의 귀여운 투샷은 너무너무 많아서 이 포스팅에 다 싣지는 못했어요. 기회가 날 때마다 못 올린 사진들을 차근차근 채워가야겠어요. 오늘도 카후와 카야는 함께랍니다! (그럼 카라는요? 집사들과 함께니까 걱정하지 마세요.)

"카야는, 카후 오빠가 가는 곳이라면 딱딱한 테이블도 문제 없다냥!" 창가 테이블 위에서 일광욕하며 잠을 청하는 고양이들.


오늘이 일주일 중 가장 슬픈 월요일이라 해도,
고양이들처럼 느긋하고 여유로운 냥요일 보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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