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립보행 고양이

"저게 뭐냥? 날파리냥?"

"어라라. 빛이다냥!"

"저걸 어떻게 잡냥? 나보다 더 빠르다냥."

"이쪽으로 가볼까냥!"

"앗. 저쪽이다냥?"

"너무 빨라서 잡을 수 없다냥. 카야 속상하다냥."

 

카야의 직립보행 첫 번째 이야기

오늘은 카야의 이야기를 하려고 해요. 카야는요. 유난히 "빛"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고양이예요. 특히 해질 녘 거실에서 집사들이 소파에 앉아 폰으로 이것저것 할 때. 지는 햇살에 반사되어 핸드폰을 움직일 때마다 거실 여기저기에 빛이 왔다 갔다 해요.
특히 소파 뒤 벽면으로 빛이 나비처럼 훨훨 날아 다니지요. 자, 그럴 때면 어디선가 혼자 눈빛을 번뜩이며 다가오는 나비, 아니 고양이가 있어요. 당연히 카야의 이야깁니다. 앞서 사진 속 카야는 섰다가 앉았다가 여기 갔다가 저기 갔다가 하는 역동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요? 빛을 발견하는 순간 카야는 장난감 쥐돌이를 노릴 때처럼 잡을 수 없는 빛을 향해 자신만의 힘겨운 사냥을 시작합니다. 아니, 빛사냥이라니. 똑똑한 듯 하면서도 멍청미 폭발하는 우리 카야입니다. 이건 뭐 동물의 왕국, 아니 고양이의 왕국도 아니고. 집에서 다큐 프로그램을 보는 이 느낌, 뭐죠?

카야가 첫 눈을 생전 처음 본 날. 서서 구경하는 집중력은 어쩌면 당연한 일.

카야는 지난해 5월에 태어났어요. 정확한 날짜를 알 수는 없지만 입양해올 때도, 또 세 고양이가 늘 이용하는 동물 병원의 원장 선생님께서도 카야를 보더니 그때로 추측하셨지요. 그렇게 봄의 고양이, 봄의 아이였던 카야에게는 첫 봄, 첫 여름, 첫 가을, 그리고 첫 겨울을 보낸 셈이에요. 그중에서도 첫 겨울에 마주한 첫 눈은 정말 카야를 설레게 했던 것 같아요. 저 눈을 8년째 봐왔던 카라는 딱히 동요하지 않고 무심한 듯 눈을 바라보았지만, 카야는 정말이지 한참 동안 저렇게 사람처럼 두 발로 서서는 흩날리는 눈을 바라봤어요. 아기 고양이가 하염없이 눈을 바라보는 모습. 뭔가 마음에 따뜻한 밀크티가 엎질러진 느낌이었죠. 다시 봐도 저 모습, 마치 '고양이의 보은' 같은 애니메이션에 나오던 의인화된 고양이 같아요. 하는 행동도 늘 사람 같기도 하고, 만화 속 캐릭터 같기도 한 카야지요. 하하.

"노을이 진다냥."

자, 유난히 직립보행을 자주 보여주는 카야가 또 서 있어요. 저날은 왜 그랬을까요. 카야의 본심은 알 수 없지만, 집사의 눈으로 보면 마치 노을을 구경하려고 하는 느낌이에요. 요리 폴짝, 조리 폴짝. 분명 카야는 고양이인데 어찌 보면 톰과 제리에 나온 제리같이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유난히 꼬리가 얇고 길어서일까요.

"커튼 뒤로 진짜 노을을 보고 싶다냥!"

평소에도 카야의 꼬리는 쥐꼬리 같기도 했는데, 저렇게 서 있는 뒷모습을 보니까요. 더, 더, 쥐꼬리 같아요. 그리고 정말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요. 식상한 표현이지만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것 같은 저 귀여움!

"으으으. 힘들다냥."

카야의 귀 모양으 보이시나요? 바짝 힘이 들어가고 긴장한 모양. 슬슬 커튼에 매달려 있는 게 힘들어지나봐요. 귀 쭈뼛, 꼬리 쭈뼛. 하하. 하지만 카야가 또 누구입니까. 그 유명한 에너자이냥, 포기를 모르는 오뚝이 고양이 아닙니까. 이제 슬슬 내려올 때가 되지 않았나 했는데, 다시 봐도 여전히... 거기 있네요.

"나 아직 여기 있다냥!"

사실 카야는 또 자주 직립보행을 보여주는 상황이 있는데요. 이건 나중에 기회가 되면 2탄으로 포스팅해봐야겠어요. 분명 모두가 웃음을 터뜨리지 않을 수 없는 모습일 거예요. (제게는 카야의 독특한 행동을 찍은 사진과 영상이 많이 있답니다, 하하.)

"오늘 내 얼굴 못 봐서 아쉽냥? 옜다, 카야 얼굴."

화사 님의 '마리아'라는 노래를 참 좋아해요. 그중에서도 도도한 듯 당당하게 외치 부르는 저 가사 "옜다, 눈물." 패러디 해서 옜다, 카야 얼굴! 이라고 해봅니다. 그리고 이 여름에는 카야가 제 곁에 찰싹 달라붙는 건 한 달에 두세 번밖에 없는데요. 저 사진은 지난 겨울에 찍었습니다. 따땃한 집사 품에 자주 안겨 잠을 자고, 그루밍을 하고, 또 하품을 하고 졸기도 하는 카야. 여전히, 그리고 늘 사랑스러운 저희 카야입니다.

"오, 테이블 위에선 편하게 노을을 볼 수 있다냥!"

 마지막 사진은 해가 지는 걸 바라보는 카후와 카야예요. 유난히 바깥 구경도 좋아하는 우리 고양이들. 요즘 커튼을 계속 쳐놨다니 얼굴을 들이밀고 밖을 내다보네요. 그리고 한동안 해를 많이 못 봐서 힘들지 않을까 싶었던 녹보수, 늘 텔레비전 옆에 자리 잡고 있던 아이를 반그늘에 함께 두었지요. 녹보수 옆에는 해피트리가. 고양이에게 해로운 독성이 없는 녹보수와 해피트리라서 안심이에요. 처음에도 좋으했던 초록이들인데, 고양이들과 함께할 수 반려식물들이니 더, 더 좋아하게 되었죠. 제 눈엔 무척 사랑스럽고 평온하고 한갓진 풍경입니다. (*ㅁ*)/

오늘도 고단한 하루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런 때일수록 더욱 몸 조심, 마음 조심하세요.


고양이 카야의 어린 시절이 궁금하다면!

아기 고양이 카야의 폭풍 적응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