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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요

고양이 카라는 쓰담쓰담을 좋아해

by 후라야 2020. 8.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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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집사1 무릎 위에서 쓰다듬어 달라고 하는 중.

 

개냥이 카라의 시간
소파에 앉아 있던 집사의 무릎에 폴짝 뛰어 올라와 고개를 내밀어요.

저희 집 고양이 세 마리는 저마다 스킨십에 대한 기준이 다른가 봐요. 카후와 카야는 어쩌다 한번, 목덜미를 쓰다듬어주는 걸 즐기지만, 카라는 늘 만져주는 걸 좋아해요. 역시나 개냥이다운 면모. 저는 엊그제는 알러지가 심해졌어요. 덥고 습해서 에어컨을 틀어놓은 채 여름 이불을 꺼내 덮었어요. 늘 새로운 것을 보면 방석처럼 생각하고 앉아야 직성이 풀리는 카라가 총총 출동했어요. 폴짝, 무릎 위에서 한참을 쓰담쓰담 해달라고 졸랐어요. 곧 골골송이 울리는 건 당연한 일. 적당히 흔들리는 진동(?)을 느끼며 집사는 계속 쓰담쓰담을 해줍니다.

머리를 만져주는 것도 좋아하는 카라.

저날따라 카라는 쓰담쓰담에 빠졌나봐요. 보통은 조금 만져주다보면 반대로 카라가 집사를 핥아주기 시작하거든요. 저날은 평소보다 골골송과 쓰담쓰담에 빠져 있는 카라. 집사는 할 일이 있었지만, 카라가 실망할까 봐 움직이지도 못하고 있었어요. 자주 다가와 애교를 부리지만, 더운 여름 날 무릎 위로 올라온 건 정말 오랜만이었거든요. 그러니 더, 더, 소중한 시간이었죠.

할짝할짝. 잠시 집사를 핥아줘요. 오구오구.

카라는 무릎에 있다가 아래로 내려갔다가를 반복했어요. 여름 이불이 바닥에도 있어서 거기서 포-옥 숨어서 잠시 꾹꾹이를 하기도 하지요. 그러다 눈이 마주치면 꾹꾹이 한 적 없는 척 하기도 해요. '에이 새삼스럽게 왜 저런다지?' 싶기도 하죠. 카라는 평소 그 어떤 고양이보다 꾹꾹이, 춥춥이를 좋아하니까요. 그 익순한 모습을 또 한참 바라봅니다. 카라의 그 평온함, 그 여유로움, 그 행복감을 지켜보다 보면, 제 머릿속에 가득했던 온갖 걱정들이 다 사라져요.

'그래, 그래. 사는 게 뭐 별건가. 행복이 뭐 별건가.'

하면서 이내 더 씩씩해질 힘을 얻어요.

카라는 졸리다? 졸리지 않다? 졸리다!

잠시 카후 얘기. 사실 저는 카후 덕분에 가위에 눌리지 않게 됐었어요. (딱히 미신을 믿는 건 아니지만) 어려서부터 유난히 가위에 자주 눌리고 악몽도 많이 꿨어요. 한번은 토익시험 전날 악몽으로 밤을 새고, 시험장 가서 졸았던 적도 있죠. 하지만 카후를 키우고부터는 알 수 없는 안정감, 평정심 같은 게 생겼던 것 같아요. 꼬물거리는 아기 고양이였지만, 그때부터 카후는 든든한 제 수호천사였으니까요. 카라 얘기 하다 말고 카후 얘기가 무지 길었지요? 카후가 제게 든든한 존재라면, 카라는 '욕심'을 버리고 현재의 삶에 만족하라고 말해주는 존재예요. 그게 무슨 말이냐고요?

오구오구. 우리 카라.

카라는 식탐도 없고, 좋은 자리 혼자 차지하려는 욕심도 없고, 싫어하는 일(발톱깎기나 목욕 등)을 강제로 시켜도 금방 기분이 풀어지죠. 하루 종일 '꿍'해서 있는 카후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결을 지닌 카라.
그런 카라에게서 욕심 없이 순간을 사는 법을 배워요. 오늘도 머릿속에 가득했던 (아, 이젠 자정이 지나 어제가 되었네요.) 근심 걱정이, 제게 쪼르르 다가와 얼굴을 빼꼼 내미는 카라를 보며 눈 녹듯 사르르 사라졌어요. 오늘 밤엔, 꿈속에서 카라랑 실컷 쉬면서 뒹굴거리고 싶어요.

부디, 태풍이 무사히 지나가기를.
부디, 그리운 이들이 무사하기를.

집사가 공부를 하는 것보다 자기랑 놀아주는 걸 좋아하는 카라답게, 집사의 책은 그저 방석방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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