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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요

산소 같은 고양이, 카라

by 후라야 2020. 8.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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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도하고 새초롬해 보이는 카라. 사실은 멍청미 폭발.
카라가 해피트리 옆에서 단잠에 빠져 있어요. 해피트리는 고양이에게 독성이 없어요. 함께 키워도 안전합니다.

 

카라는 2012년 제게 왔어요. 그때 너무 놀랐던 게, 그토록 예쁜 아이가 존재감이 너무 없었던 거지요. 왜일까요. 카라는 소리도 내지 않고 걸어다녔고, 딱히 꼭꼭 숨은 것도 아닌데 잘 보이지 않았어요. 제가 농담처럼 카라는 공기, 아니 산소 같은 여자라고 말하곤 할 정도였죠. 물론 어여쁘신 배우 이영애 님처럼, 산소 같은 느낌도 있지만... 그보다 정말 존재감 없이 투명해서 그렇게 여겼던 거였거든요. 카라의 성장 과정이 궁금했어요. 카라는 먼 친척의 꼬마아이가 고양이를 기르고 싶다고 졸라서 50만 원에 사온 아이였어요. 어른들은 관심이 없었고, 아이는 잠깐 새끼 고양이를 귀여워하다가 금방 싫증을 냈던 거예요. 제대로 된 화장실도 없어서 신문지에 볼일을 보곤 했던 카라의 슬픈 1년. 그러다 제가 데려와 기르게 되었어요. 제게는 카라 역시 버려진 고양이처럼 보였어요. 제가 잘 길러야겠다, 지금까지 받지 못한 사랑 제가 더, 더, 줘야겠다고 다짐했어요.

 

캣타워에 있는 카라. 프레임이 티비처럼 보이기도 해요.
카라는 나른나른할 때 유난히 공룡처럼 하품을 해요.
가끔은 천진한 아이 얼굴, 가끔은 할머니 얼굴인데, 지금 표정을 보면 세상사 초월한 할머니 얼굴이 보이네요. *ㅁ* 허허...

 

카라는, 점점 저랑 카후와의 일상에 적응해갔어요. 그와 동시에 투명했던 카라가 점점 색채를 지니기 시작했어요. 존재감을 드러냈어요. "야옹!" 하는 소리도 당당하게 냈고, 처음엔 화장실도 못 가리다가 곧 적응해서 잘 사용했어요. 카라는 원래 저희와 함께 살았던 것처럼, 우리 집에서 함께하고 있었죠. 비록 카라의 어린 시절 1년을 제가 알지 못하지만, 2살의 카라가 1살의 카라와 달라졌다는 건 분명히 알 수 있었어요. 카라가 힘차게 소리 치거나, 곁에 와서 쓰담쓰담을 해달라고 조르거나, 핥아주거나, 제 몸에 꾹꾹이를 할 때... 저는 눈물이 날 것 같았지요. 산소 같은 고양이 카라가, 닫힌 마음을 열고 제게 다가와주었을 때, 얼마나 기특했는지 몰라요.

 

8살 카라의 귀여운 하품 (지금은 9살이 되었지요!)
하품 역시 늘 공룡처럼 씩씩하게 합니다. 하아암~.

 

카라는 청순한 얼굴과 달리, 세 고양이 중 가장 쩌억쩌억 하품을 해요. 특히나, 집사가 책을 보거나 노트북을 할 때도 늘 곁에 와 앉는 카라는, 집사에게 가장 많이 하품이 목격되는 아이이기도 하지요. *ㅁ* 제 독서나 업무를 방해하는 카라지만, 전혀 밉지가 않아요. 강아지처럼 곁에서 사랑을 달라고 꼬리를 살랑살랑 흔드는 느낌도 들어요. "사랑을 주세요!"
어떻게 사랑을 주지 않을 수 있겠어요?

무한 쓰담쓰담.
집사의 품에 안겨 쓰담쓰담을 즐기고 있는 카라. 핑코핑코.
쪼르르. 집사에게 머리를 내미는 카라는 또 쓰담쓰담 타임.
집사 발을 베개 삼아 단잠에 빠지기도 좋아해요.

카라는 머리나 목덜미를 만져주면 정말 좋아해요. 갸르릉, 갸르릉. 기분이 좋아져서 골골송을 부르기 시작하죠. 카라는 집사 품에서, 또는 보드라운 담요에서 꾹꾹이 하는 것도 좋아해요. 꾹꾹. 꾹꾹. 꾹꾹이를 할 때는 늘 춥춥이도 함께. 카라의 침은, 카라의 행복감과 함께 담요에도 집사의 옷에도 흠뻑 묻어나요. 이렇게 천사 카라이지만, 카라는 털 빗어주는 걸 정말 '극혐'해요. 어찌나 싫어하는지 털을 빗어줄 때마다 집사에게 하악질을 해요. (또르르) 하지만 장모인 카라의 털을 빗어주지 않을 순 없죠. 그래도 카라는 '5분 카라'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5분 후면 언제 삐쳤냐는 듯이 다시 평온한 얼굴로 유유히 집사 곁을 지나가요. 다가오기도 하고요.

빙그르르르. 꼬리에 포스트잇 붙이고 춤추는 카라(;;).

 

카후와 카라는 이제 8년을 함께 살았지만, 그래도 소파 위와 아래처럼, 늘 거리를 두고 있어요. 데면데면한 둘의 원인은 카라가 고양이를 싫어하고 사람만 좋아한다는 데 있는 듯해요.
카후가 없을 때는 카라도 소파에 올라오곤 합니다. 솜뭉치 같기도 하고 구름 같기도 한 보드라운 털이 느껴지네요.
잠을 자는 카후. 숨은 카라는 어디 있을까요? (구오오오...)

 

지금 2020년의 카라를 보며 가장 기쁜 점은, 이렇게 여기저기 숨어 있어도 눈에 잘 띈다는 거예요! 뛰어다닐 때도 그렇게 사뿐사뿐 조용히 숨죽이고 걷던 카라가 톰과 제리처럼 우다다다- 뛰는 모습은 마음에 따뜻한 우유가 엎질러진 듯한 하얀 온기를 전해줘요. 저는 카라가 지금보다 더, 더, 자신을 당당하게 드러냈으면 좋겠어요. 카라는 사랑받아 마땅한 고양이니까요. 비록 카라는 다른 고양이들과 친하지 않지만, 늘 사람을 따르고 좋아하니까, 그저 평범한 개냥이일 뿐이니까, 괜찮아요. 카라는 지금, 제가 이 글을 쓰는 순간에도, 해피트리 옆에서 곤히 자고 있어요. 참, 세 마리가 함께 있을 때는 잘 없어서, 다음에도 카라는 특집 기사처럼 따로 이야기하게 될 것 같아요.

여러분도 숨은 카라 찾기 한번 해보실래요?

 

카라는 도대체 어디 있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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