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춘기 반항심 똘똘 뭉친 고양이 카야
아니 요즘 들어 카야가 이상해요. 겁이 많아서 그렇지 기본적으로 순한 고양이였는데, 요즘은 집사1도 괴롭히고, 집사2도 괴롭히고, 고양이 서열 1위 첫째 카후도 괴롭히고, 서열 2위 카라도 괴롭히고, 혼자 놀기의 진수를 보여주고 있어요. 저 납작한 귀 모양을 하고 저(집사1)를 공격할 때가 너무 많아요. 하아... 특히 어제는 제가 침대에 있는데 무슨 일인지 카야가 슬쩍 다가와 제 몸에 자기 몸을 붙이고 눕더라고요. 너무 귀여워서 뽀뽀를 한 번, 두 번, 세 번, 뿌악-. 냥펀치가 얼굴로 날아왔어요. 그 탓에 입술 주위를 다쳐서 약을 바르고 밴드를 붙였더니, 저녁 먹을 땐 입을 벌리기도 힘들 정도였어요.
눈빛만 봐도 이제는 반항심이 느껴져요. 내가 뭘 잘 못했을까 반성도 해봤어요. '너무 많이 끌어안은 걸까.' 아니, 아니에요. 전 그렇게 자주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그날 밤, 퇴근한 남편은 손 씻고 옷 갈아입고 나와서는 카야를 뻔쩍 안았어요. '아, 카야가 삐뚤어진 건 남편 탓이구나' 싶었지요. 어제뿐만 아니라도 엊그제도 그랬고... 그러고 보니 매일 밤마다 제가 "카야 좀 그만 괴롭혀!" 했지요. "괴롭히지 말고 공 놀이 좀 해줘!" 하지만 늙은 집사1, 집사2는 자신들의 피곤한 몸을 누이고 카야의 간절한 눈빛을 모른 척 피해왔어요. '안 놀아줘서일까' '억지로 안아서일까?'
저 다소곳한 자세, 저 간절한 눈빛. 네, 공입니다. 공을 던져달라는 무언의 압박. 에너자이냥 카야의 지칠 줄 모르는 에너지를 다 감당할 수 없겠지만, 공을 꺼내봅니다. 요리조리 몇 번 던져주니, 카야도 지치는지 헥헥거려요. 그러다 벌떡 일어나서 다시 제 앞에 공을 넣고 기다려요. 보통은 혼자 잘 노는 카야가 공 놀이만큼은 그렇게 집사랑 같이 하려고 해요. 공을 이리저리 던져주지만 (사실 2인 가족, 고양이 3마리가 살기에 넉넉한 집이지만) 집사1은 괜히 "집이 좀아서 카야가 공을 너무 빨리 가져와!" 하고 불평을 해대곤 합니다. 허허.
하지만, 저 공도 오늘의 공도, 어제의 공도 아닙니다. 지금 저 카야의 보라색 공은 실종되었어요. 어딘가 구석에 숨어 있는 것(?) 같은데 찾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인지 공놀이를 못해주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카야의 짜증도 눈에 띄게 늘었어요. '내 꽁... 내 꽁... 찾아내!' 이런 레이저 광선 같은 걸 눈으로 팍팍 쏘면서요. 그러니, 그 카야의 공놀이 일등공신이었던 제가 1차 타깃이 된 듯하고요. 그리고 카라가 2차 타깃이 되었어요. 3차 타깃은 카후. (집사2는 집에 거의 없어서 비교적 이 고통을 덜 느끼지요.)
카야는 요즘 부쩍이나 사나운, 아니죠! 싸나운 표정을 하고는 저를 노려봐요. ('히잉,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니. 귀여워서 뽀뽀 세 번 한 게 그렇게 잘못한 일이야?') 생각이 많은 건지 요즘 창밖도 자주 바라봐요. 고양이 언니 오빠도 안 놀아주고, 집사1, 집사2도 잘 안 놀아줘서 삐친 거겠죠? 매일매일 공놀이 해주면, 카야의 공격성이 좀 들까요? (카후, 카라는 놀아줄 생각이 전혀 없어 보이니, 역시 제가 희생해야...)
보라색공 실종사건으로 시작된 카야의 찐사춘기. 새로운 공들을 선물로 줘야겠어요. (주문주문) 다시 상냥한 얼굴로 저에게 놀아달라고 말을 걸어줄(?) 카야를 기다립니다.
"카야야, 짜증 좀 그만내면 안 될까! 여름이니까, 다들 힘들단 말이야."
카야의 공 사랑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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