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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요

막내 고양이의 궁금증

by 후라야 2020. 8.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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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사야, 여기 가방에 뭐 들었냥?"

안녕하세요, 에디터 카이입니다. (•_•)/
오늘은 막내 고양이 카야의 궁금증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드리려고 해요. 카야는 늘 뭐든 너무너무 궁금해하는 (생후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캣초딩! 조금 귀찮긴 하지만 또 한없이 귀여워서 엄마미소 짓게 만드는 우리 카야의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집사 언니, 이게 다 뭐다냥! 카야 먹는 것도 있옹? 없... 흐아암~" 하품을 하고 마는 막내 고양이 카야.

아래위 사진들은 집사가 한참 "요리"에 심취해 있을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컬리 배송을 시켰던 그 시절... (정리를 위해) 새벽에 박스를 뜯어 음식물을 식탁 위에 올려두면, 어김없이 카야가 다가와서 "언니 이거 뭐냐옹?" 하고 묻는 듯해요.

"뭐냥?! 왜 카야 간식은 없는 거냥?" 놀란 카야의 표정.

(사실 전 캣맘이 아닙니다. 집에선 늘 고양이들에게, 언니가 뭐 해줄까! 누나를 왜 그렇게 괴롭혀? 해요. 엄마보다는 가볍고, 남보다는 가까운 가족, 딱 그 정도의 온도로 고양이들을 대합니다. 감히, 저는 엄마는 되어주지 못하겠어요. 저라는 사람의 그릇이고, 고양이들과 제가 서로 좋아하는 관계의 온도인 듯해요. 이건 사람마다, 또 고양이마다 다른 가치관이니까요. 이해해주셔요.)

배송 중에 즙 하나가 터져서 싹 다 씻어서 수건 위에 말리는 중에, 또 궁금증을 못 참고 냄새를 맡아보는 카야입니다.

카야의 호기심은 택배 언박싱과 정리 과정에서 그치지 않아요. 사진으론 못 담았지만 집사가 설거지를 할 때면 늘 옆에 쪼그리고 앉아서 구경을 해요. 참 신기하죠? 그 심심한 설거지가 카야 눈엔 마냥 신기한 일인가 봐요. 심심하다고 표현했지만, 전 설거지를 좋아하는 편이에요. 더러워진 그릇이 뽀득뽀득해지는 순간, 마음도 개운해지거든요. (가끔 귀찮을 때도 있지만요!) 저처럼 설거지나 청소로 스트레스 해소하는 분들 계신가요?

"오오, 우리 집사 일한다냥."

 카야는 제가 일할 때도 호기심 어린 눈빛으로 쳐다봐요. 원고 교정을 보고 있으면, 그 교정지 위에 사뿐 내려앉아 저를 빤히 바라보죠. "집사 언니, 지금 어떤 책 만드는 거냥?" 안 가르쳐줌! 사실 가르쳐줘도 제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카야니까요. 밥 준다는 소리랑 공으로 놀아준다는 말은 귀신같이 알아듣는 카야지만, 그건 제 말보다 움직임에서 더 빨리 알아채는 것 같아요. 귀신 같은 카야 녀석. *ㅁ*

"근데 이게 뭐다냥?"

카야는 노트북과 교정지 그 사이 어디쯤 자리 잡고 비킬 생각이 없습니다. 바쁜 일을 어서 마치려면 카야를 억지로 안아 올려 다른 공간에 데려다줘야 할 텐데요. 아무리 바빠도 마음 약한 집사는 차마 카야를 외면할 수 없었어요. 카야의 궁금증이 충분히 풀릴 때까지 기다려봅니다. 하하.

"이 길쭉한 것은 무었이냐옹?"

이제 펜에 관심이 생겼어요. 이건 무엇에 쓰는 물건인고? 하는 듯한 저 표정과 행동. 킁킁, 고양이답게 냄새 맡기부터 돌입합니다. '잉, 도대체 무슨 냄새다냥? 먹는 건 아닌 것 같다옹. 킁킁' 한참을 킁킁대던 카야는 앞발을 들어올려 펜을 톡 건드려봅니다.

"땡그르르. 굴러간다냥?"

펜이 조금 굴러갔어요. 펜을 굴리다 말고 찌뿌둥했는지, 두 앞발을 쫙 펴고 기지개를 켜요. 유난히 다리가 길었던 유년 시절의 카야. 몸에 비해 무지 다리가 길지요? 비율 좋은 캣초딩이었는데 이상하게 1년이 지나 성묘의 시기로 접어들자 오동통하게 예쁘게 살이 올랐고, 전처럼 다리가 가늘고 길어 보이지 않아요. 그래도 여전히 예쁨 넘치는 우리 카야지요.

"으쨔."

자 이젠 거실 소파 테이블에서, 주방 식탁으로 일터를 옮깁니다. 저는 집에서 일할 때는 한곳에서 일하지 않아요. 거실에서 하다가, 주방에서 하다가, 안방에서 하다가, (노트북 대신) 데스크탑이 있는 방으로 가서 정자세로 일에 집중할 때도 있습니다. 거실도 막 소파에 앉아서 할 때도 바닥에 앉아서 할 때도, 스벅 1인석처럼 꾸며둔 통창 앞 테이블에서 할 때도 있습니다. 답답함을 많이 느끼는 타입이라, 집 안에서 요리조리 움직이는 제 습관은 지금까지 쭉 이어져오는데... 코로나 탓에 집에만 있는 나날 속에서, 이런 집콕 활동성은 제게 기분전환을 시켜주는 것 같기도 해요. 여러분도 답답하면 집 안을 찬찬히 걸어보세요. 넓든 좁든, 산책 기분이 나긴 납니다. 추천추천.

"어라라. 이건 또 뭐다냥?"

식탁 테이블 위로 폴짝 따라 올라온 카야. 이제는 형광펜에 관심을 보여요. 요리 건드리고 조리 건드려봅니다. 뚜껑이 잘 닫혀 있어 별다른 냄새가 나지 않았는데, 귀신같이 킁킁거리지도 않아요. 관심은 곧 잉크 냄새 나는 펜으로 옮겨갑니다.

"킁킁. 냄새가 이상하다옹!"

'으응, 이건 익숙한 냄새 맞냥?' 카야는 한번 냄새를 맡더니 관심을 버리고 교정지 위에 그저 인형처럼 앉아서 저를 쳐다봅니다. "으으, 집사 일해야 하는데 그래야 돈 많이 벌어서 우리 카야 사료도 사주는데 비켜줄래?"라고 타일러보지만, 카야는 알아듣지 못하지요, 하하. 그 많은 궁금증을 다 해소하고 나면, 하이에냥처럼 또 궁금증거리를 찾아다녀요. 매일매일 재밌는 걸 찾아다니는 막내 고양이 카야는요. 명탐정 같기도 합니다. 명탐정 하이에냥,이라는 별명을 지어줄까봐요.

"집사야. 일하지 말고 나랑 놀라달라냥!!!"

오늘 밤도 고단한 몸을 뉘이고 몸과 마음을 다독여줄 위로의 음악들을 듣고 있습니다. 요즘따라 유난히 자주 듣는 곡은 볼빨간사춘기의 '나의 사춘기에게', 박효신의 '숨'이에요. 평소엔 그냥 좋은 노래라고 생각하면서 듣던 곡들이, 가사 하나하나 마음에 콕 하고 박힙니다. 역시 띵곡이에요. '고마워요, 고마워요.' 마음으로 답하죠. 이 노래들에 말이에요. 또 저는 종교는 없지만 무척 마음이 힘든 날엔 소향의 '반석위에'라는 노래를 자주 듣곤 하는데요. 그녀의 목소리와 멜로디 덕분일까요. 아니면 그녀의 저세상 고음 덕분일까요. 천사처럼 어루만져주는 목소리에 귀 기울이다가도, 시원하게 내지르는 고음에 정신이 번쩍 들어 "그래! 나도 힘낼 거야! 힘낼 거야!" 하고 다짐하게 되거든요.

오늘은, 모두의 밤이, 이 힘든 순간을 몽땅 잊게 해줄 위로의 밤이기를! 편안한 밤 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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