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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요

우리 집에 호랑이가 살고 있어요!

by 후라야 2020. 9.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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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집에 작은 호랑이가 살고 있어요!

안녕하세요? 에디터 카이입니다. (●'◡'●)

오늘은, 우리 집 첫째 카후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해보려고 해요. 옛 사진 몇 장을 놓고 떠나는 추억 여행이라 다소 두서없이 흘러갈지도 모르겠어요. 미리 양해 말씀드립니다. 카후는 거묘 중의 거묘, 다이어트를 시켜도 무려 8킬로그램인 우리 카후의 이야기를 지금 들려드릴게요. 일단 어려서부터 동물병원에 가면 "으~ 무슨 고양이가 이렇게 커요? 호랑이지 호랑이" 하면서 힘세고 협조적이지 않은 카후에게 마취주사를 놓고 치료를 했던 병원도 생각나네요. 그때가 아마도 4~7개월 사이였던 것 같은데 말이요. 2~3달 무렵의 카후의 사진이 몇 장 안 남아 있어서, 더 소중해요. 비록 흐릿한 화질이지만 말이에요.

제가 카후를 처음 만난 날이에요.

카후를 처음 만난 건, 2010년 9월 초였어요. 아는 언니네 집앞에 박스 속에 담겨 버려졌던 아기 고양이 카후를 제가 기르게 되었던 거였죠. 정말 로봇처럼 걷던 시절이었어요. 우는 것도 "야옹"보다는 "아우~"에 가까웠고 말이죠. 카후를 처음 만났을 때는 고양이에 대한 상식이 없었어요. 그래서 평소 제가 좋아하는 맥스봉으로 환심(?)을 사고 싶었지요. 치즈 맥스봉 하나를 뜯어서 줬더니 저 작은 아이가 미친듯이 먹는 거예요. 양손으로 맥스봉을 쥔 사진이 있었는데, 지금은 찾을 수 없네요. 또르르.

목에 스카프를 한 카후예요!

원래 저만큼 어릴 때는 불린 사료를 줘야 하는데, 상식이 없던 저는 건식사료를 그냥 줬었어요. 어찌나 잘 먹던지. 나중에 고양이 관련 책을 찾아보고선 깜짝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초보 집사 밑에서 너무너무 잘 자라줘서 고마울 따름이에요. 이렇게 거묘가 될 운명이라 어릴 때부터 더 튼튼했나 봅니다. (잉; 그게 뭔소리라죠?)

"카후, 손들어!" 혼나고 있는 카후예요. 

고양이를 괴롭힌다는 생각을 차마 못하고, 철없던 저는 카후에게 장난을 참 많이 쳤어요. 그러니 카후는 점점 집사에게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지요. 으으, 장난이었는데... 장난이 너무 심해서 카후가 거친 야생의 고양이 성격이 된 걸까요. 그치만 같은 환경에서 자란 카라의 성격이 얌전하고, 사람을 공격할 줄 모른다는 걸 보면, 타고난 심성 같은 것도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카후는 고양이가 아니다, 분명 삵의 피가 흐르고 있을 것이야' 하면서 진심으로 믿기도 했을 정도로 카후는 거칠고 크답니다. 그러니까 작은 호랑이라는 별명이 생긴 거죠.

핑크발바닥 사랑스럽쥬?

잘 때는 정말 천사 같은 카후. 지금도 카후가 자는 모습을 볼 때면, 어릴 때 카후 표정이 많이 생각나요. 깨어 있을 때는 세상 예민한 고양이라서요. 벌써 카후랑 함께한 시간이 10년이라고 생각하니, 엄청나네요. 아기 고양이는 어느새 노묘가 되었지요. 점점 카후의 몸이 축 늘어지고, 움직임에서 나이가 느껴질 때면, 빠른 세월이 야속하기도 해요. 마치 내가 어른이 되고 나니 부모님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어 있는 그 서글픔과 비슷한 감정이에요. 저는 늘 카후가 오래오래 건강하게, 20살까지 장수하고, 고양이별로 돌아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카후에게 주어진 삶의 시간만큼 온전히 잘 살다가 가기를 말이에요. 

그토록 작고 귀여웠던 카후가 이렇게 튼튼한 작은 호랑이가 되었습니다.

비가 오는 날이면, 거실에 우산을 펴서 말리곤 했는데요. 이건 카후나 카라 모두 같은 행동을 보였는데, 우산 밑에 쏙 들어가 앉아 있는 거죠. 저렇게 숨바꼭질하듯 장난을 치기도 했고요. 아니, 실내에선 비도 안 오는데 고양이들은 참 머리 위에 뭔가 있는 걸 좋아하는 것 같아요. 새삼 끄덕끄덕. 갑자기 뜬금없이 "우산 속에 내리는 비는 멈추지 않을 거야~" 하는 노랫말도 생각나네요. 이 가사 맞나요? (핑클의 블루레인!)

카후의 덩치가 느껴지시나요? 엄청 큰데!

이 사진은 아마 지금으로부터 5년 전쯤 사진이에요. 그러니까 카후 5살쯔음이겠죠? 저때만 해도 털 꼬치 하나로 세상 열심히 움직였거든요?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열심히 놀아줘도 카후가 귀찮아하니까 집사도 흥이 나지 않아요. 특히 누워서 발만, 그것도 앞발만 움직이는데... 나중에 캣휠을 사주면 카후가 좀 뛰어놀까요? (아마 활동성 좋은 카야만 쓰지 않을까 싶긴 합니다만...) 

예전에 제가 가장 좋아했던 카후 사진!

이 빨갛고 촌스런 이불!!! 한겨울이면 제가 참 좋아했던 추억의 이불이에요. 이 이불 위에서 카후와 참 많은 시간을 보냈네요. 뽀얀 카후의 털이 더 눈부시게 나와서 제가 좋아하는 사진이에요. 마치 모자를 쓴 듯하기도 하고, '카우동' 같지 않나요? 하하. 어쨌든 우연히 USB에서 다른 걸 찾다가 제가 좋아하는 사진을 발견했죠. 넘흐 좋아요! 이런 사진들을 다 인화해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싶어요. 카후는 그때나 지금이나 초록빛 눈망울이 무척 사랑스러운 아이네요. 

빨래 건조대 위를 늘 노렸던 카후

카후 이 녀석은 정말 말썽쟁이였는데요! 특히 원룸형 오피스텔에 살던 집사는 빨래 건조대를 둘 별도의 공간이 없었어요. 그래서 거실 창가에 두곤 했는데... 그럴 때면 카후가 폴짝 뛰어올라 빨래 위에서 잠을 자기도 했고요. 또 그 무게를 못 이겨서 건조대가 쾅 하고 쓰러지기도 여러 번이었답니다. 지금 집사의 집에는 금묘의 구역 베란다가 있어서, 빨래건조대도 그곳에 두거든요.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요. ㅠ_ㅠ 무생물이지만 건조대도 아파하고 죽어간다는 걸 느낄 정도의 공격들이었으니까요. 어쨌든 지금은 카후의 공격을 받지 않는 빨래 건조대를 보며, 마음 편히 과거를 추억합니다.

건조개를 넘어뜨리는 건 카후의 일상이었죠.
건조대를 노린 건 카후뿐 아니에요. 이불 빨래 속에 쑤욱 들어가서 자는 카라. (옛사진이긴 하지만 저 촌스러운 핑크 이불 어쩔 거예욧! 하하)

털은 또 얼마나 많습니까. 저 건조대에 둔 옷들에 카후 털이라든지, 카후 털이라든지, 카후 털이 엄청 붙어 있었지요. 옷이면 그나마 돌돌이로 털을 제거하면 되는데요. 무엇보다 집사를 힘들게 했던 건, 수건에 붙은 카후와 카라의 털! (저 시절에는 카야가 없었으니까요.) 으으... 지금 생각해도, 건조대를 금묘의 구역에 두고 나서 삶의 질이 달라졌네요. 얼마나 다행인지요.

동물병원 다녀와서 무섭다고 우는 카후!

마지막 사진은 카후가 동물병원 다녀와서 잠시 밖에서 지인들을 만났을 때죠. 카후를 보고 싶어하는 분들을 위해 집 앞 카페에서 잠시 만났는데, 무섭다고 싫다고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는 카후였어요. 그런 모습도 귀엽다면서 제 지인분이 카메라로 찰칵 담아주셨던 저 표정. 지금 보니 좀 미안해지네요. 그럴 것이 아니라 카후의 두려움을 좀 더 헤아려줄 것을...! 지금은 어느새 10년차 집사... 베테랑 집사가 되었답니다. 과거를 생각하면 카후에게 유난히 미안해지는 순간이 많아요. 첫째라서 못해준 게 너무 많아서요. 앞으로는 카후에게 좀 더 신경쓰는 멋진 집사가 되어야겠어요. 세상의 모든 고양이, 아니 동물 집사님들 파이팅!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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