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고양이 키워요

고양이 숨바꼭질

by 후라야 2020. 8. 5.
728x90
"조용히 있고 싶다냥. 얼른 다른 데 가서 놀아, 집사야."

저희 집 세 똘괭이 중에, 어디든 쏙- 들어가는 걸 좋아하는 아이는 카라예요. 종이가방 같은 걸 정리하지 않고 잠시 바닥에 놓아두면, 종이가방 혼자 (바람 한 점 없는데) 움직이는 걸 목격할 수 있어요. 삭삭, 사사삭. 다가가서 요렇게 들고 확인해보면, 99퍼센트 카라를 발견할 수 있어요. 한번 들어가면 꽤 오랜 시간 머물러요.

"하암~ 포근하다냥. 나른나른 졸음이 솔솔~" 카라야, 집사1 등산 가야 되는데...!!!!
"뭐니 뭐니해도 클래식한 게 최고. 난 박스가 제일 좋다냥."

카라는 우리 집 대표 '박스 성애자'였는데 작년부터 카야가 라이벌로 급부상했어요. (신기하게도 카후는 박스류에 별 관심이 없어요.) 그래서, 언제부턴가 택배가 오면 카야랑 카라가 앞다투어 달려옵니다. 박스가 하나일 때는 발 빠른 녀석이 냉큼 차지하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컬리 등에서 배송을 시키면 박스가 여러 개 와서, 냥이들이 참 좋아해요.

"집사야, 얼른 박스를 뜯어라~"
이렇게 작은 박스도 좋다고 자리를 차지.
박스에 몸을 숨기고 주변을 탐색해요.
"뭐냐, 뭐 재밌는 거 안 들었냐옹?"
"쓰레기 봉투에 담긴 것 중, 내가 세상에서 젤 귀여울 거다옹."
"킁킁, 맛있는 샌드위치 냄새가 나는데?"
"여긴 맛있는 버거 냄새가 나는데? 맛있는 거 너네만 먹냐옹?"

저희 집 큰 고양이 카후(보통은 호랑이를 일컫는 말이지만요^^;)는 박스에는 관심없는데, 자기 스케일에 어울리게 침대 밑을 좋아해요. 침대 아래 수납 서랍장을 어떻게든 막아두지 않으면, 서랍을 열고 침대 밑으로 유유히 사라져요. 문제는 지 혼자 가지 않습니다. 카야는 기본이고, 데면데면한 카라까지 따라 들어가요. 이 녀석들을 꺼낼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 사료통을 흔들며 유혹해야 해요. 그러면 카후, 카라, 카야 순서대로 쪼르르 달려나옵니다. (밥은 쏘중하니까요.)

서랍을 열고 싶어서 혼자 끙끙대는 카후.
"집사가 또 무슨 짓을 한 거야! 서랍이 안 열려."
"카후 오빠, 우리 침대 밑에 못 들어가는 거야? 히잉." 매우 심기 불편한 카후의 짝눈 표정 보이시나요?

카야는 스크래처도 좋아해요. 요렇게 혼자 쏙- 들어가 있기도 하지요. 물론 스크래처만큼은 카라도, 또 박스 노관심 카후도 좋아해요. 넉넉한 스크래처에는 카후와 카야가 함께 앉아 있을 때도 있어요. (카야는 카후 껌딱지니까요.) 스크래처에 앉아 쬐는 햇살이 최고야, 하는 평화로운 표정이죠?

카야는 커다란 곳에 들어가면 꼭 저렇게 몸을 숨겨요. (다 보이는데 ㅋㅋ 지가 안 보이는 줄 아나봅니다.)
"카야는, 카후 오빠랑 함께 있는 게 세상에서 젤로 좋다냥."
"라탄바구니는 까슬까슬하다냥. 내 취향 아니다옹."
딱 하루 들어가서 놀더니 그 뒤론 관심이 없어요.

어째 요즘은 카라보다 카야가 박스나 들어갈 무언가를 더 많이 차지하는 느낌이에요. 아무래도 아직 아기 고양이여서 그럴까요? 카야는 처음 저희 집에 왔을 때 책장에 꽂힌 책 위에 아주 작은 틈 사이에도 쏙 들어가 누워 있곤 했거든요. 천상 고양이, 가장 고양이 같아요. (카라는 개냥이가 반쯤 섞여 있으니, 어쩌면 당연한 결과일지도?) 이렇게 세 마리의 고양이가 함께 있어도, 저마다 좋아하는 장소가 다 다르답니다.

"카라랑 카야는 이상하다옹. 이렇게 부드럽고 따뜻한 이불 속이 있는데, 왜 저렇게 딱딱한 곳을 좋아한다냥?"

마지막으로, 요즘 세 똘괭이의 최애 장소를 알아볼까요. 카후의 최애 장소는 대리석 쿨매트고요. 요즘 카라의 최애 장소는 안방 책꽂이 위입니다. 그런데 거실 캣타워에서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던 카야가, 요즘은 카라의 옆자리를 차지하고 누워 있을 때가 많아요. 저희는 우스갯소리로, 안방 책장을 두고 고양이 아파트라고 하지요. 찍어둔 사진이 없네요. 또르르. (이건 다음 기회에...)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