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여기 어때요?

원주 뮤지엄 산 1편, 랜선 전시회 (feat. 안도 타다오)

by 후라야 2020. 11. 6.
728x90

원주 뮤지엄 산, 랜선 산책에 어서 오세요!


안녕하세요? 카이입니다. :-) 

오랜만인 것 같아요. 왤까요. 하하. 그동안 일도 너무 바빴고, 엄마 병원 일로도 바빴거든요. (그리고 병원에서 의사 선생님이 엄마가 암이 아니라고 말해주시는데, 어찌나 기뻤는지 몰라요. 그 얘기 듣고 지난 몇 주간의 긴장감이 퐁- 하고 터진 것 같아요. 하하.) 그래서 제가 어제는 잠시 쉼의 시간을 가졌어요. 당일치기로 가볍게 다녀올 만한 곳이 있을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저 모두 평소 가고 싶었던 원주 뮤지엄 산에 다녀오기로 했어요.

저는 유난히 기록을 좋아하는데요. (아마도 취재를 다니던 직업병이 남아 있는지도 모르겠어요.) 블로그에 좋은 후기를 남겨야지 하면서 여러분을 위해 평소보다 더 많은 세상을 담아왔어요. 직접 가보실 때도 참고되는 내용, 직접 가지 않아도 랜선 뮤지엄 산책이 될 수 있는 글을 써볼까 합니다. 자, 그럼 함께 원주 뮤지엄 산으로 타박타박 걸어가 볼까요. :-)

뮤지엄 산으로 들어서자마자 주차장이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요. 저희는 뭔가 사람이 적을 것 같은 제3주차장으로 갔습니다. 역시나, 평일 오후였던 점도 좋았고, 제3을 선택해서 차가 많지 않았습니다.

 

주차장도 뭔가 느낌 있는 것 같지 않나요? 콩깍지가 씌운 카이입니다.

 

주차를 하고 매표소로 갔어요. 매표소는 제1주차장 쪽으로 가면 있는데 '여기가 입구인가?' 살짝 헷갈리는 감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사람들이 줄을 서서 들어가는 방향으로 갔지요. QR 체크인을 하고 체온을 재고, 티켓을 구매했어요. (웰컴 센터라고 적힌 곳이 매표소예요!)

뮤지엄 운영 시간 

오전 10시~오후 6시 (발권 마감 시간은 오후 5시)

티켓 가격 정보

 1) 뮤지엄권

관람: 박물관, 미술관, 야외가든  요금: 대인 18,000원 / 소인 10,000원

 

2) 제임임스터렐권 (당일 선착순 현장 발권, 인원 제한 28명, 30분 단위로 입장)

관람: 박물관, 미술관, 야외 가든, 제임스 터렐관  요금: 대인 28,000원 / 소인 18,000원 

 

3) 명상권 (당일 선착순 현장 발권, 인원 제한 20명, 30분 단위로 입장)

관람: 박물관, 미술관, 야외가든, 명상관  요금: 대인 28,000원 / 소인 18,000원

 

4) 통합권

관람: 박물관, 미술관, 야외가든, 제임스 터렐관, 명상관  요금: 대인 38,000원 / 소인 26,000원

 

처음 방문이라서 통합권으로 모두 경험해보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는데요. 가격도 부담되기도 하고, 일단 기본권으로 보고 좋은 곳이라면 다시 올 이유를 만들어두고 싶기도 해서 저희 부부는 뮤지엄권으로 티켓을 끊었습니다. 그리고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그것으로 충분한 하루였어요. :)

자, 이제 본격적으로 뮤지엄 산책을 시작할게요! 박물관과 미술관으로 가는 길에 야외전시 공간이 있어요. 아마도 이곳이 티켓에 안내된 야외 가든이겠지요. 내부는 사진 촬영이 불가하지만, 야외는 맘껏 찍을 수 있어서 많이 담아 왔습니다. 한번 랜선 관람해보셔요. 

 

이건 야외가든으로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보이는 조형물이에요.

 

이 조형물 옆길을 따라 쭉 걸어들어가면 뮤지엄 본관이 나옵니다. 우리는 여기 말고, 왼쪽으로 방향을 틀어 야외 전시공간에 먼저 들를 거예요. 저 위의 조형물은 이따가 나오는 길에 설명해드릴게요. 하하. 한 가지 에피소드지만, 어떤 아주머니가 저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왼쪽에 있던 모과나무 한 번 보더니 저 빨간 조형물을 보면서 "어머 저게 뭐야. 난 저기 모과나무가 훨씬 예쁘야, 얘." 뭐 이런 식의 얘기를 던지셨어요. 뭐 모과나무 예쁘긴 하지만, 그건 조형물에 대해 섬세하게 잘 보지도 않고 성급하게 판단하신 것 같아 조금 안타까웠어요. 열린 마음으로 즐기면 그 순간들이 더 빛이 날 텐데, 하고요.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제 생각일 뿐입니다. (물론 제 남편도 이때 한마디 했어요. "저 조형물보다 저기 뒤에 산이 더 멋지다." 하고요. 그렇죠. 대자연은 역시 위대하고 아름답긴 하지요.)

 

 

왼쪽으로 돌자마자 가장 먼저 보이는 작품은 바로 폭포예요. 이건 사진으로 보면 물의 흐름과 소리에서 오는 자연스러움을 감상하지 못하실 테니, 제가 동영상으로 담아 왔습니다. 

 

멀리서 보면 이런 느낌이고요.

 

가까이에서 물의 흐름과 조형물을 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한번 클릭해서 보셔요.

에릭오어(Eric Orr)의 폭포(Cascade)라고 합니다. 작품 소개도 적어드릴게요. "미니멀 아티스트인 에릭 오어는 고대 이집트, 불교와 같은 종교문화에 영향을 받았으며 사유적이고 철학적인 작업을 하였다. <폭포>는 세로로 긴 육면체 형식이고 표면은 일정한 간격으로 오목함과 볼록함이 미세하게 반복되어 있다. 균일한 듯 미묘한 높낮이의 변화가 겉 부분을 타며 무의 리듬감을 강조한다. 또한 끊임없이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물은 시간의 순환성을 보여주며 감상자에게 명상적 체험의 길로 안내한다." 

흐르는 물을 계속 바라보고 있으면 묘하게 저기 작품 소개처럼 작은 '명상'의 세계로 떠나기도 해요. 저 표면 의 올록볼록함 때문에 물의 흐름도 재미있어요. 매번 바뀌고요. 그리고 계곡에서 떨어지는 물처럼, 자연스럽게 느껴져요. 뭔가 분수와 폭포의 차이를 오롯이 보여주는 작품이었습니다. 위로 치솟지 않고, 위에서 아래로 지극히 자연의 형상을 닮은 저 조형물은, 인위적인 조형물과 자연의 순리를 잘 담아낸 것 같았어요. 

 

보자마자 뭔가 독특한 느낌이 팍팍 오죠. 

 

사람이 없지 않아서 자연스런 순서를 따르지 않고, 작품 앞에 사람이 없는 곳을 중심으로 돌았습니다.

 

측면에서 보면 또 정면과는 다른 느낌이죠? 

 

이 작품은 세자르 발다치니(Cesar Baldaccini)의 <빌르타뇌즈의 사람>이래요. "12미터 엄지손가락 조각상으로 유명한 프랑스의 세자르 발다치니는 신사실주의 계열의 조각가다. 1950년 후반에 제작한 <빌르타뇌즈의 사람>은 세자르의 작업실이 있었던 파리 근교 지명과 일치한다. 조각 작품은 볼트와 너트, 철근, 프로펠러 등을 섞어 인간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작은 고철판을 용접한 거대한 날개가 불균형의 아름다움을 완성하였으며 조각 바깥으로 미적 공간성을 확신하고 있다. <빌르타뇌즈의 사람>은 산업사회의 일회성을 풍자한 작업으로 읽을 수 있다." 작품 안내문이에요. 산업사회의 일회성을 풍자했다고 하는데, 그런 배경을 모르는 제가 볼 때는 뭔가 전쟁 병기로 쓰이는 사람을 표현한 건가... 뭐 그런 생각이 드는 작품이었어요. 어째, 좀 으스스한 건 마찬가지입니다. 

 

조각상에 빛이 떨어져서 더 아름다워요.

 

제가 이 작품 앞에 섰을 때 한 커플이 이곳을 지나갔어요. "빨래하는 건가?" 하고 묻고는 와서 작품 소개를 읽어보더니 "오, 맞았어!" 하면서 갔던 분들. 네, 이 작품의 제목은 <빨래하는 여인>입니다. 오귀스트 르누아르의 작품이라고 해요.제자와 함께 작업한 작품이라고 하네요. 이 조각상을 통해 르누아르 회화의 드로잉과 색채를 짐작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어요. 뭔가 조각에서 터치가 느껴지는 건 제 기분 탓일까요. 정말 회화 작품이 저절로 그려지는 조각상입니다.

 

겨울인데, 여전히 뮤지엄산은 가을가을했답니다.

 

더 가까이서 볼까요.

 

 

이 작품의 제목은 바로, 바로... '무제'입니다. 조엘 샤피로의 작품인데요. 미니멀아티스트인 조엘 샤피로는 뉴욕 출신으로 그리스 미술과 인도미술에서 영감을 받았대요. 샤피로는 대체로 "무제"의 제목을 사용하며 인체의 동세를 역동적이고 율동감 있게 표현했다고 해요. <무제>의 표면은 나무판의 질감이 보이고, 가지 뻗은 나무의 형태로 인간을 추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대요. 감상자가 보는 시점에 따라서 <무제>는 허리를 구부린 채 뒤를 바라보고 있는 인체로, 균형 잡힌 나무토막으로, 혹은 여러 방향의 공간을 간섭하는 기하학적 형태의 복합 직육면체로 보인다네요. 저는 그냥 가장 후자인 기하학적 형태의 복합 직육면체로 보였던 것 같아요. 여러분의 시선에선 어떻게 보이나요? 뭔가 자연을 배경으로 조형물이 함께 어우러진 모습이 아름다웠어요.

 

뭔가 엄청 추상적이죠?

 

이 작품은 루이스 네벨슨(Louis Nevelson)의 <밤의 벽 앞에서>예요. 역시나 작품 소개부터 알려드릴게요. "커다란 속눈썹, 화려한 드레스로 파라오의 귀부인이라 불리는 루이스 네벨슨은 입체파와 초현실주의에 영향을 받았고 50세의 늦은 나이로 조각을 시작했다. <밤의 벽 앞에서>는 버려진 나무토막을 비롯해 책상, 의자 부품, 상자 등을 재구성한 아상블라주 작품이다. 조각은 오래되고 신비하며 엄숙한 분위기를 연출하는데 토템과 같은 종교적인 영성이 느껴지기도 한다. 네벨슨은 어두운 꿈의 세계를 암시하기 위해 광택이 나지 않는 검은색을 사용하였다." 아상블라주는 폐품이나 일용품을 비롯해 여러 물체를 한데 모아 미술작품을 제작하는 기법이나 그 작품을 말한대요. 뭔가 몬드리안이나 피카소의 작품을 조각으로 만나는 느낌도 조금 들어요. 하하. 어디까지나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측면에서도 볼까요.
조형물 사이 프레임으로 자연을 보는 걸 좋아해요. 프레임 덕후입니다.

 

자, 이제 이곳에서의 마지막 작품을 감상해볼까요.

 

뭔가 위 아래의 느낌이 조화로우면서도 되게 안 어울리는 느낌도 들어요!
아래를 더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위를 가까이서 보면 이런 느낌이에요.

 

마크 디 수베로(Marl di Suvero)의 <꿈의 실현>이라는 작품이에요. 뭔가 곡선을 많이 표현해서 몽글몽글한 느낌이 들었는데, 작품 제목도 딱 그런 느낌이에요. "마크 디 수베로는 크레인을 조각 작업에 사용한 최초의 예술가며 1950년대 후반 추상표현주의를 대표하는 조각가다. 수베로는 산업사회에서 발생하는 건축 폐기물 특히, H-빔을 사용하여 구조적인 작품을 한다. <꿈의 실현>은 상부가 뾰족한 끝에 얹혀져 있는 형식으로 바람이 불면 실제로 작품은 움직인다. 조각의 균형과 조화, 거기에 움직임은 전쟁에 대한 작가의 저항 의식과 하늘로 뻗은 자유를 표현하고 있다." 작품이 움직이는 모습을 저는 보지 못했지만, 굉장히 근사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자, 야외 전시장은 이 정도로 보고 이제 본관을 향해 가볼까요. 가는 길도 한참 야외니까 답답하지 않으실 거예요! 

 

입구에서 본관으로 가는 길엔 자작나무가 잔뜩 있어요.
남편과 저의 그림자입니다. 남편이 사진 찍는 걸 안 좋아해서 주로 신발이나 그림자 사진을 함께 남길 때가 많아요.
아, 정말 여기서부터가 진짜 예술 아닐까요.

 

사실 이건 지극히 제 개인적인 주관일 뿐이지만, 저는 이곳에 있는 그 어떤 예술품보다 이곳의 건축 하나하나가 다 진짜 예술이라고 느꼈어요. 자연과 어우러진 위대한 건축물을 보면서 다니는 내내 감탄을 멈추지 못했어요. 세계적인 건축가들은 늘 그곳의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를 생각하는데, 이곳도 딱 그런 건축가의 정신이 고스란히 묻어나는 곳이었어요. 건축물만 관람하고 가도, 입장료(?)가 전혀 아깝지 않은 곳이랍니다. 

 

어떠세요? 자연과 건축물의 조화가 느껴지나요?

 

저는 안도 타다오가 정말 대단하다고 느낀 점이, 사실 콘트리트는 차갑잖아요. 분명 객관적으로 봐도 차가운 느낌이 강해요. 하지만 그 차가운 콘크리트가 안도 타다오의 손을 거치면, 따뜻해진다는 거예요. 이 앞에 펼쳐진 장면만 봐도 자연을 그대로 품고, 자연과 함께 그 공간에 늘 있었던 것처럼 존재해요. 

 

햇살도 사기였어요. 이건 마치 지중해 햇살 같은 ㅠㅁㅠ
사진에서 잘 보이지 않지만 물은 넘칠 듯 절대 넘치지 않아요. 그리고 물이 정말 깨끗해요!
자, 이제 다시 본관쪽으로 걸어가볼게요. 제가 여기서 얼마나 오래 머물렀는지는 안 비밀.
이곳에선 굳이 안내요원들이 없어도, 지킬 건 지키면서 서로 조심하면 좋겠지요?
햇살!
햇살과 물이 반든 일렁임이 건축물 천장에 무늬를 만들어요.

 

영상으로 보면 이 일렁임이 더 잘 보여요.

 

으앗!

 

이 조형물 너무 멋지지 않나요! 아마도 뮤지엄 산의 시그니처 조형물이 아닐까 싶어요. 모든 것이 이렇게나 자련스러운 와중에 저런 포인트가 되는 조형물이 정말 강렬했어요. 그리고 또 어울렸어요. 전체의 조화를 전혀 해치지 않는 느낌. 원래 이곳은 주말에 오면 사람이 정말 많대요. 평일 오후에 가서, 저렇게 몇몇 사람밖에 없는 곳에서 이곳을 만끽하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가능하다면 가급적 연차를 써서 평일에 방문하세요. 그래야 이곳의 정취와 매력을 더 잘 느낄 수 있어요.

 

수면 위에 비친 반영을 좀 보세요. 아아아아. 정말 아름다워요.
하늘과도 너무나 조화로운 이 조형물.
다른 부분도 더 봅시다.
그림자 사이 수면 위로 빛이 살랑살랑. 숨바꼭질 중이에요.
정말 눈부시게 반짝반짝.

 

이 반짝임, 영상으로 안 담을 수 없겠죠?
더 볼까요.
반짝반짝. 수면 위를 비추는 빛.

 

빨간 조형물 바로 옆으로 보이는 경치예요.
아아아. 저는 그저 감탄만. ㅠ_ㅠ 나이 들더니 이런 자연과의 조화가 그렇게 좋더라고요.
건축물과 하늘과 나무가 정말 잘 어울려요.
요렇게 봐도 그래요.
뭔가 풍경 자체로 작품. 

 

물의 일렁을 보려고 괜히 또 영상으로도 담아보았어요.

우린 아직 본관은 보지도 못했어요. 하지만, 충분히 눈호강을 한 느낌이죠? :-) 내부 작품은 사진 촬영을 할 수 없었지만, 제가 군데군데 건물 자체를 좀 담아 왔는데요. 글이 너무 길어져서 그건 내일 2탄으로 올려야겠어요. 남은 내용을 대충 호다닥 올리고 싶지 않거든요. 내일은 안도 타다오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뮤지엄 산 본관 내부의 모습도 함께 살펴볼 거예요. 오늘의 이야기가 재미있으셨다면, 내일도 들러서 읽어주셔요. 

 

늘 블로그를 방문해주시고, 댓글 남겨주시고, 관심 가져주시는 모든 분들 정말 감사합니다!

저도 이제 한숨 돌렸으니, 여러분의 블로그에도 더 자주 방문하고, 댓글도 남길게요. 늘 감사해요. :)

오늘은 그 어느 순간보다 아름다운 금요일 밤이기를!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