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오랜만에 드라이브를 다녀왔어요. :)
오전에는 남편이 일본어 학원에 다녀오느라(TMI), 오후에 주섬주섬 간단한 김밥을 싼 다음 간식도 챙겨 출발했답니다. (저희 집은 부천이어서, 차로 안 막히면 40분, 막혀도 1시간 정도면 시화방조제에 도착할 수 있어요.) 사실, 대부도에서 해물칼국수나 조개구이를 먹으면 좋았겠지만, 다음 주에 엄마가 입원하셔야 하는데, 제가 내내 보호자로 동행해야 해서, 더욱 사회적 거리두기를 잘 지켜야 하는 시기였답니다. 그래서, 바람 쐬러 나가긴 하지만, 식사는 안전하게 차 안에서 김밥을 먹기로 했어요. 다음 방문엔 꼭 칼국수나 조개구이를 먹기로!
사실 바다를 보며 드라이브를 하고 싶을 때, 저희 부부는 인천대교를 건너 을왕리에 다녀왔었는데요. 으아니! 인천대교를 지날 때의 경치와, 근교에서 볼 수 있는 을왕리 바다가 좋긴 했지만, 거긴 통행료가 너무너무 비싼 것 같아요. 그런데, 대부도(시화방조제)는 똑같이 서울 경기 어디서든 가기 편한 거리에 있으면서도, 심지어 제주도 해안도로를 달리는 느낌도 살짝 들면서도, 이렇게 가까이 이렇게 멋진 해안가를 만날 수 있으면서도, 통행료가 거의 들지 않습니다. 얼마나 좋아요! 남편과 저는 앞으로 바다를 보고 싶은데, 멀리 갈 수 없을 때는 무조건 대부도로 가기로 오늘 결심했답니다. 자, 이제 출발합니다. 신나는 음악을 틀고 드라이브를 즐기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운전자의 숙명! 전방주시. 남편은 길 위의 양아치를 피해 안전운전을 했답니다.
(이 또한 정말 TMI지만, 드라이브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왔을 때 저희 집 주차장에서 레이싱을 하는 차를 마주쳐서 하마터면 접촉사고가 날 뻔했어요. 아니, 주차장이 무슨 고속도로도 아니고... 평소 순한 저희 부부지만, 남편과 함께 쌍욕을 했답니다... 또르르. 드라이브는 언제나, 마지막까지 안전운전이 제일 중요해요.)
서해 바다와 시화호를 동시에 보며 달릴 수 있는 길. 운전하기에도 편하고 안전한 편인데, 이렇게나 가까이에서 바다를를 보며 달릴 수 있다니! 정말 멋졌어요. 다만, 해질 녘 시화방조제를 통해 대부도로 향한다면, 선그라스는 필수입니다, 필수! 저희 부부는 선그라스를 쓴 적이 없는데, 이제 사야겠다고 다짐했지요. 어쨌건거나, 오늘은 날씨가 좋아서 마치, 지중해의 햇살 같았지요. 아름다운 바다 풍경. 그리고 저희는 오후에 시화방조제를 지나서인지 차가 막히지 않아서 드라이브 하기에 더 좋았어요. 주말엔 오전부터 너무 막혀서 속도를 내며 드라이브 하긴 힘들대요. 그나마 토요일 오후가 도로 사정이 좋다고 하니, 드라이브가 목적이라면 저희처럼 오후에 가시길 추천드려요. 그리고 운전자와 달리("남편 미안!") 저는 정말 맘껏 바다를 즐기며 드라이브를 할 수 있었어요.
요기는 방아머리 선착장 쪽입니다. 낚시하는 분들이 많이 보였어요. 저희는 낚시는 취미가 없어서 근처에 주차만 해두고, 이렇게 지는 해를 잠시 구경합니다. 딱 알맞은 타이밍에 도착해서 사람도 비교적 적고, 눈이 호강할 수 있었어요. 정말 아름답지요.
한 가지, 아쉬웠던 점은 불법 주차가 너무 많이 되어 있었다는 점. 아슬아슬한 운전을 해야 했다는 점. 주차 구역이 아닌 양쪽 길가에 차가 가득 주차되어 있었고, 심지어는 해양 경찰서 앞에도 불법 주차된 차량이 많았어요. 게다가 나중에는 더 황당했던 것이 대형 트럭이 도로 한가운데 차를 세워두고 자리를 비운 겁니다. 차를 뺄 때 여러 차량이 곡예를 하듯이 운전을 해야 했으니... 남편은 두 번 다시 방아머리 선착장 쪽으로는 주차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지요. 그리고 이쪽으로는 거의 대부분이 낚시하는 분들이 자리 잡고 있어요.
자, 이제 조금 걸어 방아머리 해수욕장으로 넘어갑니다. 마스크 쓰고 안전하게 바다 구경하고 돌아와 차에서 김밥을 먹고 집으로 돌아갈 계획이었지요. 차에 구비해둔 피크닉 매트가 있긴 했지만, 해수욕장에 사람이 너무 많아서 제대로 거리두기도 할 수 없고, 안전해 보이진 않았어요. 텐트 치고, 음식 먹는 사람들이 무지 많았으니... 저희라도 마스크 잘 쓰고 있어야겠지요. 선착장에서 해수욕장으로 넘어가는 길은 그다지 좋지 않아요. 인도가 있지만, 사람이 걸을 만한 길로 관리되고 있진 않았어요. 다음엔 무조건 해수욕장 인근으로 주차를 해야겠다고 느꼈지요.
해질 녘 바다는 정말 아름다워요. 바다의 깊이도 더 느껴지고, 그리고 노을진 하늘 색깔이 정말 아름다웠어요.
사진을 찍어놓고 보는데도 사진이 아니라 근사한 그림 같은 느낌도 들었지요.
잠시, 대부도 방아머리 해수욕장의 바다를 구경해보실래요? 파도소리 쏴아~ 듣고 나면 기분이 조금 청량해지실지도 몰라요. 아름다운 석양과 함께. 아, 이미 해는 숨어버렸나요.
파도가 지나간 자리, 바닷물이 빠져나간 자리도 한편으론 예술작품처럼 보여요.
지나는 사람들도 파도를 더 가까이에서 느끼고 싶었는지, 굳이 축축한 땅을 밟으며 걸어가시네요. 뭔가 그 모습도 아름다워서 실루엣 찰칵.
남편과 저의 커플사진. 파도와 함께 찍고 싶었지만, 너무 가까이 가면 신발이 젖을 것 같아서, 살짝 소심하게 기념사진을 남겼네요, 하하.
저 멀리서 강아지처럼 보이는 녀석이 뛰어놀고 있어요. 남편이 "앗, 저기 고양이 있어!" 하고 말합니다. 제가 "강아지겠지, 바닷가에 고양이가 왜 있어?" 하면서 가까이 다가갔어요. 그랬더니, 귀여운 고양이 한 마리가 혼자만의 놀이에 폭 빠져 있습니다. 땅속에서 뭘 발견했는지, 내내 파고 있더라고요. 귀여워서 사람들이 몰려듭니다. 개냥이인지, 낯선 사람들에게 둘러싸여서도 자신만의 놀이에 빠져 있는 저 고양이. 넘 귀여웠습니다.
대부도는 유난히 차박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해요. 보통 시화나래휴게소에 주차를 하고 차박을 많이 한다고 하는데요. 저희는 차박 계획은 없었지만, 주차를 해볼까 싶어 들어갔다가 만차여서 바로 빠져나왔어요. 휴게소이긴 하지만 조력공원도 있고, 전망대도 있고, 화장실도 있고, 치안도 좋고... 여러모로 왜 차박으로 인기있는지 알 것 같았지요. 참, 지금은 휴게소 화장실이 공사 중이라 11월에 끝난대요. 임시화장실이 있다고 하니 가실 분들은 참고하셔요. 그리고 시화나래휴게소의 경우 불을 사용한 요리는 못한대요. 차박이긴 하지만, 이곳에 가신다면 상황에 맞게 준비해가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방아머리 해변가를 보면서 남편과 함께 떠올린 여행지가 있었어요. 바로 후쿠오카의 모모치 해변! 물론 거긴 대대적으로 근사한 건물을 지어놓아 눈길을 사로잡지만, 건축물을 뺀 해변, 그 경치가 주는 느낌과 규모가 굉장히 비슷했어요. 이곳 바닷가의 음식점이나 카페도 조금 더 조명이 밝아지면 더 많은 여행객이 찾아들지 않을까 생각해요. 어쩌면, 오키나와의 우미카지테라스처럼 꾸며두고, 외국인 여행객을 받을 수도 있고요. 물론 지금은 코로나 탓에 그럴 상황이 아니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그런 투자가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렇게 멋진 자연이 이렇게나 대도시 근처에 있는데, 조금만 더 잘 정비되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었죠.
자기 전에 파도 소리 한번 들어보셔요. 쏴아쏴아. 마음이 평온해지는 소리. 최근 들어 계속 지난 여름에 다녀온 강릉을 계속 다시 가고 싶었는데요. 오늘 대부도에 다녀오고, 이렇게 멋진 밤바다를 보고 오니... 기분전환이 제대로 되었답니다. 물론 멀리 동해바다를 보고 싶을 때는 강릉이나 속초로 훌쩍 떠날 것 같지만... 집 근처에서 바다를 보러 간다면 저는 을왕리보다는 대부도를 택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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