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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 키워요

고양이 꽃이 피었습니다

by 후라야 2020. 8.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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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운목에 꽃(카야?)이 피었습니다, 활짝.

옛날 옛적에 (바로 작년) 카야가 아주, 아주 작은 고양이 시절의 일이었어요. 카야는 태어난 지 두세 달밖에 되지 않은 아기 고양이었어요. (그때의 사진이 없는데 너무 슬프네요, 또르르) 그때부터 카야는 거실에 놓아둔 커다란 행운목 화분을 자주 쳐다보았어요. '언제쯤 내가 저 행운목에 올라갈 수 있을까냥' 이렇게 생각하는 듯 보였지요. 그렇게 자주, 행운목을 바로보던 나날들. 그러다 한두 달이 지나 카야는 (여전히 아기였지만) 훌쩍 자라났어요. 그리고 또 행운목을 빤히 바라보고 있더라고요.

"집사 언니, 나도 이제 저기 올라갈 수 있지 않을까냥!?"
폴짝. 아직 작은 카야지만 뛰어올라봅니다. 우앗. 성공했어요.
"끄응- 여기서 어떻게 해야 내려갈 수 있을까냥? 좀 무서운데?" 바닥을 쳐다보던 카야예요.

 사실 모든 건 처음만 힘들잖아요? 카야는 단 한 번의 성공 이후 자주 행운목에 찰싹 붙어 있는 모습이 목격되었어요. 그 모습이 귀여워서 그만, 말리기보다는 그저 바라보고 사진으로 남겨두었어요. 다른 고양이 카후와 카라는 전혀 관심이 없었어요. 오로지 카야만이 행운목에 유독 관심을 쏟았지요. 그러던 어느 날이었어요. 여느 때처럼 행운목에 폴짝. 그날도 카야는 행운목 주위를 폴짝, 찰싹 맴돌았지요.

"이제 화분에 올라오는 건 쉽다냥." 그러다 카야는 더 큰 도전을 시작합니다.
어느 순간 카야는 행운목 목대 꼭대기 위에 우뚝 서 있었어요.
행운목 잎사귀 사이로 고양이 꽃, 아니 카야 꽃이 피게 된 거지요. (그 아래에는 새순이 쑤욱 올라오고 있네요.)
행운목 목대 위에 야무지게 서 있지요?

그날을 시작으로 카야는 행운목 목대뿐 아니라 정상(?)에서도 자주 목격되었습니다. 마치 캣타워 정상에 올라가서 여유를 즐기듯, 행운목 정상에서 거실을 내려다봅니다. 참, 그나저나 행운목은 공식적으로 저의 첫 반려식물이었는데요. 고양이 키우는 지인의 집에서 행운목도 함께 길렀는데 딱히 고양이들이 관심 보이지도 않고 서로 잘 공존하고 있다고 했지요. 그래서 저도 추천받은 큰 행운목을 들였던 거죠. (작은 녀석을 들이면 세 고양이가 뿌리째 뽑아버릴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이!!! ㄷㄷ)
여기서 잠깐! 행운목에는 고양이에게 해로운 독성이 있어요. 그런데 어떻게 같이 키우냐고요? 다행스럽게도 그 독성이 치명적이진 않아요. 고양이들이 잎사귀를 오물오물 씹으면, 배탈나거나 설사하는 정도라고 해요. (다른 치명적인 독성을 지닌 식물들도 많아서, 동물을 키우는 집에서 식물을 들일 때는 꼭꼭 조심하셔야 합니다.) 어쨌든 저희 세 냥이 중 카야와 카라가 행운목 잎사귀를 자주 씹었는데 고양이는 무사하고, 행운목이... 행운목이... (어흑)

첫 사진처럼, 이런 이유로 행운목에 고양이 꽃이 피게 된 거죠. 킬포는 바닥에서 구경하는 카후입니다.

저때까지만 해도 행운목은 무지 건강했어요. 하지만, 카야의 잦은 공격(?)으로 목대에 상처가 많이 생겨서 진액(?) 같은 게 나오기 시작했고요. 더불어 집사가 (흙 상태 무시하고) 일주일에 한번 물을 주어서 무려 과습으로 뿌리가 죽어가고 있었지요. 그리고, 그리고, 카라도 가세해서 아래 잎사귀를 뜯었으니... 행운목은 몇 달이 지나면서 건강을 잃어가기 시작했어요. 목대 상태도 좋지 않고 잎사귀도 시들시들해졌죠. 또르르. 그때부터였어요. 행운목을 떠나보내기 싫었던 저는, 가지치기를 해서 물꽂이를 시작했어요. 목대는 죽어도, 새순들은 살리고 싶었거든요. (목대는 카야의 발톱 공격으로 병들고, 뿌리는 저의 물공격으로 병들고...)

행운목 살리기 프로젝트로, 요렇게 물꽂이가 시작되었습니다.
물에 꽂아둔 행운목 가지에서 일주일쯤 지나자 뿌리가 나기 시작했고 두 달쯤 지나니까 이렇게 무성해졌어요.
굵은 뿌리도 나고 잔뿌리도 많이 났어요.

이렇게 두 가지를 먼저 시도해보고 성공한 다음, 남아 있던 모든 가지를 가지치기 해서 물꽂이를 시작했어요. 저 두 녀석은 벌써 예전에 화분에 심어주었고, 지금은 흙에 잘 정착해서 쑥쑥 자라고 있어요. 목대는 떠났지만 가지는 새로 자리를 잡고 커가고 있는 거지요. 결국 행운목은 살아남았고요. 요즘은 거실엔 행운목을 두지 않고, 고양이들이 들어갈 수 없는 방이나 베란다에 두고 있어요. 행운목과 고양이의 안전한 공생을 위해서 말이죠. 참, 행운목 물꽂이를 하실 때는, 가능한 한 물을 많이 담을 수 있는 물병에 꽂아두면 좋아요. 매일매일 물을 갈아주면 더 빨리 뿌리가 나고요, (저처럼 게으르신 분들은!) 일주일에 한번만 물을 갈아줘도 됩니다.

행운목 가지만 따로 심으니 난처럼 예쁘지요?
신기하게도 카후는 행운목에 별 관심을 보이지 않았어요!ㅎ

이제는 더 이상 행운목을 타는 카야를 볼 수 없게 되었네요. 바로 아래의 사진 두 장이, 행운목과 카야의 마지막 기념사진이 되었네요. 목대는 떠났지만 저 가지 하나하나는 (딱 한 녀석 빼고는) 모두 잘 살아 있어요. 엄마에게도 나눠드리고, 언니에게도 나눠주고, 선배나 친구들에게도 나눠주고 있지요. 저희 행운목 이름은 '물루'였는데요. 물루는 이제 더 넓은 세상으로 나가서 여기저기 뿌리내리고 살고 있는 셈입니다.

모든 가지를 가지치기 해서 심기 전까지- 카야의 행운목 타기는 저렇게 계속되었어요.
나무 타는 원숭이, 아니 고양이 카야입니다.

카야와 행운목, 비록 공생 관계는 되지 못했지만 제법 잘 어울리지요? 이제는 따로따로 서로의 시간을 잘 보내게 된 행운목과 카야예요. 그리고 요즘 거실에는 해피트리와 녹보수, 테이블야자가 있어요. 이 친구들은 행운목과 달리 약한 독성도 없어서, 고양이와 함께 키워도 되는 안전한 식물들이에요. 꽤 많은 저희 집 반려식물들이 베란다나 작은 방에 있는데, 이 친구들은 당당히 거실에서 고양이들과 공존하고 있지요. 다음에 기회가 될 때 저희 집 해피트리와 녹보수, 그리고 테이블야자를 소개해드릴게요. 저는 조만간 안산 유니스의정원 이풀실내정원에서 아레카야자를 입양해올 생각이에요. 지난번에 갔을 때 소자-보다 살짝 큰 아레카야자가 건강하게 입양을 기다리고 있었는데요. 이 친구도 고양이에게 해로운 독성이 없다고 해요. 호호. 나중에 데려오면 테이블야자와 나란히 놓아주어야겠어요.

그러거나 말 거나 카야는 평화롭게 낮잠을 자고 있네요?
"카야는 따뜻한 햇살이 최고로 좋아."
뒹굴뒹굴. 뒹구르르. 카야의 일광욕 시간!

카야는 햇살을 참 좋아하는 고양이예요. 그리고 우리도 햇살을 봐야 몸과 마음이 건강한 사람들이잖아요? 어서 장마가 물러가고, 부드러운 햇살을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는 밤이에요. *ㅁ* 고단한 몸 푹 쉬세요. 모두 모두 굿나잇.

참고로, 이 지긋지긋한 2020년의 장마는 8월 15일쯤 끝날 예정이라고 해요. (이제 일주일만 더 버티면 될까요.) 부디, 제발, 장마야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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