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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도 키워요

고무나무 키우기

by 후라야 2020. 8.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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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무나무가 집에 오자마자 찰칵. 호기심 카라가 잠시 다가왔지만, 고무나무에는 고양이에게 치명적인 독성이 있어요. 인증사진을 찍자마자 금묘의 구역 베란다로 가게 되었어요. 동물과 아이가 함께 있는 집에서는 독성 있는 식물 늘 조심하셔야 합니다! 아시죠?

 

저희 엄마는 식물을 참 좋아해요. 제가 자라는 동안 화 한번 낸 적 없을 정도로 착한 우리 엄마. 그런 엄마의 영향으로 저도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식물을 좋아했느냐? 그건 절대, 절대 아니에요. 전 식물에는 관심이 없었죠. 어려서부터 늘 대도시로 오고 싶어서, 고등학교 때 탈출을 시도했다가 (실력도 없으면서 서울경기권 예고를 가겠다고 설쳤던 흑역사가 있어요^^;) 엄마가 수도권 고등학교냐 (지역 고등학고 진학하는 대신) MP3 플레이어를 사주느냐 딜을 하시면서 원래 살던 도시에서 고등학교에 진학했어요. 그때 학생들에게 MP3 플레이어는 정말 중요했거든요! 그리고, 대학은 어떻게 했냐고요? 당연히 서울로 왔습니다. 저는 서울을 동경했으니까요. 그랬던 제가, 초록색은 안중에도 없던 제가, 지금은 식물을 누구보다 사랑하게 됐어요. 가장 큰 이유는 코로나19로 인해 집에 갇혀 있는 날들이 늘어나면서, 산책 한번 맘 편히 나가지 못하면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 집엔 절대적으로 초록색이 부족하다!' 

그때 집에 있던 녀석은 행운목밖에 없었거든요. 남편에게 말했어요. "난 이러다 우울증에 걸릴 것 같아. 식물을 좀 사자!" 그렇게 남편의 동의를 구한 저는, 씩씩하게 동네 꽃집으로 향했어요. 식물은 정말 1이 뭐예요, 0도 모르던 제가 꽃집에 들어선 거지요. 전 말했어요. "이거 뭐예요?" "저거 뭐예요?" (마치 볼빨간사춘기 노랫말 같죠. 흥얼흥얼) 그런데 머뭇머뭇거리시는 거예요. 사실은 꽃집을 운영하는 따님을 대신해 어머니가 잠시 나와 가게를 보고 있었던 거예요. 어머니가 아시는 거라곤 "스투키, 스투키, 스투키...!" "고무나무" "금전수" 정도였어요. 해맑게 웃으시며 스투키를 권해주셨죠. 하지만 제 마음을 사로잡은 건 바로 고무나무였어요. 어머니께서 카드 결제를 할 줄 모르셔서, 제가 직접 카드 결제를 하고 이 녀석을 데려오게 됩니다. 고무나무와 저의 인연, 시작부터 독특하죠? (모든 건 해석하기 나름. 꿈보다 해몽입니닷!) 

 

꽃집 사장님 어머니는 찐영업왕! 얼마 지나지 않아 저는 또 꽃집에 들러 스투키 세 녀석을 데려왔어요. 호호. 

 

이제 고무나무 키우기 본격적인 시작이에요. 고무나무는 저처럼 식물을 잘 모르는 초보들도 쉽게 기를 수 있는 식물이에요. 일주일에 한번 물을 흠뻑 주고, 가끔 잎사귀에 분무기로 물도 뿌려주고요. 반투명 커튼 사이로 햇빛도 쬐어주고요. 창을 열어 공기가 잘 통하게 해주면 정말 무서운 속도로 자라나요. 과장 조금 보태서 제 기억에 저 커다란 잎들을 일주일에 하나씩 피워낸 것 같아요. 고무나무 잎사귀는 뭔가 싸여 자라나다 (마치 알 깨고 나오는 병아리처럼요?) 껍질을 벗고 조금씩 잎을 활짝 피어내요. 그 과정이 너무 신기하고 아름다워서 저는 내내 들여다보았어요. 초등학생 관찰일기가 따로 없을 정도였어요. 그렇게 쑥쑥 고무나무는 자라났어요. 

 

요렇게 새잎이 퐁퐁~ 곧 세상에 나와 활짝 피어나겠죠?
여기서 저 껍질은 알아서 낙엽처럼 지고요. 저기 돌돌 말려 있는 녀석은 아래 잎처럼 동그랗게 피어요.

 

흐핫. 다시 사진을 보니, 저 잎사귀에 앉은 먼지들 닦아줘야겠어요. 또르르. 제가 처음엔 식물에 대해 잘 몰라서 그만, 물티슈로 잎사귀를 닦아주었는데요. (미안해, 미안해, 고무나무야.) 참, 저희 집 고무나무 이름은 '루피'예요. 원피스 팬이라면 누구나 왜 그렇게 지었는지 1차원적으로 알 수 있... 고무고무!!! 잎사귀를 닦아줄 때는 물로만 닦아주거나, 김빠진 맥주와 물을 희석해서 닦아주면 좋대요. 어쨌거나 화학 성분 마구 섞인 물티슈로 막 닦아주는 건 절대 안 된다는 거! 저는 잘 안 닦아주긴 했는데, 사실 닦는 거보다 잎사귀를 샤워시켜 주곤 합니다. 일주일에 한번 욕실로 데려가서 물을 줄 때 잎사귀도 씻어주고 물을 흠뻑 줘서 화분 밑으로 물이 졸졸졸 빠져나오게 하면요. 얼마나 예쁜지 몰라요. 샤워 후에 개운한 우리들처럼 식물들도 세상 좋은가봐요. 더 파릇파릇, 더 생기가 넘치거든요. 

 

고무나무 루피가 제게 온 지 얼마 안 된 순간, 스투키, 녹보수, 몬스테라, 아비스, 스킨답서스 등등 촤르르 늘어나기 시작했어요. 

 

지금은 더더 늘어났지만, 고무나무 루피가 저희 집에 오고 아마 한 달이 지나기 전 모습일 거예요. 조금씩 조금씩, 하지만 빠르게 식물 식구들이 늘어났어요. 사람들이 '불멍'을 하며 힐링을 할 때, 저는 집에서 하루 1시간 '식물멍'을 하며 마음을 어루만져주고 있어요. 초록색을 본다는 게, 특히 햇살이 비친 초록색을 본다는 게 얼마나 큰 위로가 되는지 몰라요. 고무나무는 그 뒤로도 1~2주일에 잎사귀를 하나씩 피워냈어요. 정말 기특한 녀석이죠. 

 

잎사귀가 펼쳐지기 전에는 마치 고추 모양 같기도 해요. 껍질을 벗고 퐁퐁 피어나는 루피가 정말 근사해요.
두어 달 지나니까 이렇게 훌쩍 키가 자랐어요. 

 

어느 날은 고무나무 화분이 너무 작게 느껴지는 거예요. 꽃집 사장님께 카톡을 보냈어요. "사장님, 고무나무가 너무 많이 컸어요. 분갈이를 해줘야 하는 게 아닐까요?" 사장님은 제 사진을 보더니, 아니, 아니라고. 분갈이하려면 멀었다고 얘기해주셨지요. 처음부터 넉넉하게 식재해서 아직은 괜찮다고요. 뭔가 화분이 너무 작아 보이지만 이제 걱정하지 않으려고요. (아직 화분 구멍 아래로 삐져 나오는 뿌리도 없고요.) 계속 쑥쑥 잘 자라줘서, 고마운 나날이에요. 

 

(앞쪽부터) 수채화 고무나무, 파키라예요. 

 

혹시, 수채화 고무나무라고 들어보셨나요? 제가 얼마전에 유니스의 정원 내 이풀실내정원에서도 거대한 수채화 고무나무를 보여드렸었는데요. 요렇게 단아하게 피어 있습니다. 언제 또 데려왔냐고요? 저는 7월에 태어난 여름의 사람이에요. 지난 7월에 제 생일 당일, 저에게 하는 선물로 꽃집에서 이 녀석을 데려왔어요. 원래는 색깔 있는 식물보다 (아 물론 모든 식물은 색깔이 있죠.) 그 천진한 본연의 빛깔 초록색 식물을 좋아해요. 얼어 죽어도 아메리카노를 먹는 사람처럼, 뭔일이 있어도 초록이였던 제가! 저날은 사장님의 추천에 바로 수채화 고무나무를 입양해오게 된 거지요. 정말 잎사귀에 수채화 물감으로 그림을 그린 듯한 자태 아닌가요? 수채화 고무나무를 기르는 방법도 어렵지 않아요. 그냥 다른 고무나무들을 보살피는 방법과 동일합니다. 헤헷. 

 

꽃집 사장님께서 제 생일이라고 요렇게 앙증맞은 꽃다발을 선물로 주셨어요.
요렇게 예쁘게 말려서 두고 두고 보고 있어요. :ㅁ)

 

사실은 말이에요. 저는 꽃다발에 든 꽃은 그리 좋아하지 않아요. 꽃 언제나 좋지만... 다발로 만드는 순간 꽃은 죽기 시작하잖아요. 물에 꽂아두면 일주일 정도 예쁘게 볼 수 있지만 곧 물컹물컹 썩기 시작하고요. 저렇게 말려두면 첫날부터 마르기 시작해서 박제된 동물 같이 말라버리지요. 그래도 이왕 선물 받은 꽃을 일주일만 보긴 싫었어요. 예쁘게 예쁘게 말려서 벽에 붙였답니다. 꽃도 다른 초록 식물들처럼 더 오래 함께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가지를 잘라버리는 건 조금 슬퍼요. 그래서 전 다발 속 꽃보다 들꽃들이 더 좋아요. (화분에서 꽃을 잘 키울 자신은 없고요.) 자연스럽게 피고 지는 꽃들을 보는 게 더 마음이 놓여요. 덜 미안하고요. 

 

물꽂이 중인 고무나무 줄기예요. 

 

그사이 친한 지인이 제게 (본체가) 너무 잘 자란다며 중간 가지를 하나 잘라주셨어요. 물꽂이를 해보라고요. 고무나무는 가지를 잘라 물꽂이를 해서 뿌리가 충분히 나면 다시 화분에 옮겨 심을 수 있잖아요. 저희 엄마는 고무나무를 참 좋아해서 이렇게 집에 있는 고무나무 친구들을 늘려가고 계시더라고요. 어쨌든 저도 처음 도전하게 된 거지요. 저 물병은 아비스를 수경 재배 하려고 샀던 건데, 아비스는 기본 포트에서 빼서 뿌리의 흙을 털어주면서 바로 느꼈거든요. '어머, 이 아이는 흙을 좋아하는 아이구나, 물에서 키우면 안 될 것 같은데' 하고 말이에요. 물론 수경 재배도 가능한 아비스지만, 아비스는 물에서 조금 시들해지는 느낌이었어요. 일주일인가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분갈이로 흙에 심어줬어요. 그랬더니 새 잎들을 마구마구 피어내고 있어요. 아비스의 것이었던 물병을 아기 고무나무가 물려받은 셈이에요. 

 

(한 1~2주 사이) 요렇게 도깨비 이빨 같은 게 쑤욱쑤욱. 

 

 물꽂이를 해줄 때는 물을 충분히 많이 담을 수 있는 물병에 해주면 더 빨리 잘 자라는데요. 그리고 매일매일 물을 갈아주면 더 빨리 뿌리가 나고요. 미리 있던 작은 물병에 담아주고, 일주일에 한 번 정도만 물을 갈아줬는데도 뿌리가 쑥쑥 자라나고 있어서 또다시 엄마 미소. 아구아구, 기특한 나의 아기 고무나무. 앞으로 뿌리가 충분히 많이 자라면 토분에 심어줄 거예요. 그리고 제게 고무나무를 나눠주신 지인에게 인증사진을 보내며 잘 자라고 있다고 안부를 전할 거예요. 아기 고무나무를 다시 화분에 심을 때, 그 후기도 올리도록 할게요. 

 

자자, 다시 오늘의 수채화 고무나무의 모습이에요. 맨 가운데 크게 우뚝 서 있는 잎사귀는 저희 집에서 새로 피어난 녀석이에요.
이렇게나 긴 장마에도 기특하게 잎사귀를 피어내고 있는 수채화 고무나무입니다.

 

저희 첫째 언니는 떡갈 고무나무를 키우고 있는데요. 그 집에 놀러가면 신기해서 한참 바라보고 그랬어요. 언젠가 저도 떡갈 고무나무를 입양해올 수 있겠죠? 고무나무는 제가 제일 좋아한다고 말씀드렸죠? 그 단단한 생명력에 늘 언제나 존경의 마음을 보내게 되거든요. 오늘도 저희 집 고무나무 세 녀석은 씩씩하게 자라고 있어요. 참, 저도 봄에 고무나무를 만나 여름을 지나고 있는데요. 가을이야 지금과 비슷할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겨울의 고무나무는 더 신경쓸 부분이 많을 것 같아요. 겨울엔 베란다에 두면 얼어죽을지도 몰라요. 고무나무는 모든 것에 강한 편이지만 추위에는 약해서 겨울철에 5도 이하로 떨어지면 힘들어할 거예요. 그러니까 고무나무를 기르실 때는 꼭꼭 겨울철에 더 조심해주세요. 물을 줄 때도 바로 찬물을 받아서 주지 말고, 하루 전에 미리 물을 받아두고 그다음 날 그 미지근한 물을 고무나무에게 주세요. 그럼 그 지난한 겨울에도 잘 버텨줄 거예요.

 

고무나무 키우기 핵심 요약

 

1) 고무나무는 반그늘, 그러니까 반투명 커튼 뒤에서 직사광선을 받지 않지만 햇살은 받을 수 있도록 해주시고요.
(그게 어렵다면 평소에 실내에서, 가끔 햇살을 볼 수 있는 위치로 옮겨주세요.)

2) 물을 일주일에 한번 흠뻑 주시면 좋고요. (더 섬세하게 관리하시려면 겉흙이 마르면 흠뻑) 겨울철엔 미리 받아둔 물을 다음 날 주시고요.

3) 꼭꼭 통풍이 잘되는 공간에 놓아두세요. 햇빛과 물 만큼이나 공기가 통하는 게 식물에게 중요하거든요.

4) 겨울철에는 5도 이상의 공간에서 따뜻하게 클 수 있게 해주세요. 봄, 여름, 가을은 베란다에서도 잘 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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