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 여기 어때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힐링되는 강릉 여행

by 후라야 2020. 7. 31.
728x90
안목해변입니다. 파도 치는 소리에 귀 기울여 보세요.

코로나로 답답한 일상, 갑자기 너무너무 여행이 가고 싶어졌어요. 모두의 마음이 아마 비슷하겠죠? 지금 여행 가면 안전할까, 이런 시국에 여행을 가도 될까, 고민에 고민을 거듭했지만, 국내 여행이라도, 1박 2일이라도 가볍게 다녀오지 않으면, 이 답답함이 계속될 것 같았지요. 남편에게 휴가도 못 가는데 어디라도 다녀오면 좋겠다고 졸랐어요. 사실 이 고민의 시기, 서울의 5성급 호텔에 가서 호캉스를 즐길 것인가, 부산, 경주, 강릉 등 다른 도시를 다녀올 것인가도 큰 고민이었어요. 그러다, 결국 강릉을 택했는데요.

강릉은 바다를 실컷 볼 수 있으면서도 기차로 슝 다녀올 수 있고, 강릉 내에서 기차역, 호텔, 바다 등을 택시비 몇천 원에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동선이더라고요. 자, 호텔 예약과 기차 예매를 단 일주일 전에 해결하고 떠나게 되었어요. 아쉽게도 호텔의 Sea 뷰는 모두 꽉 차서 그렇다면 가성비! 하고 찾아보니 강릉시티호텔(3성급이지만 무려 신축)에 묵게 되었어요. 뷰는 없지만, 뭐 바다야 실컷 보고 들어와서 잘 땐 푹 쉬기만 하면 되지 않겠냐며 스스로를 위로했지요.
말 그대로, 바다 구경은 원없이 했습니다. 원래는 경포대가 1차 목적지였고, 거기서 쭉 하루종일 바다 구경을 하다가 호텔로 돌아오려고 했었는데요. (정말 무계획이죠?ㅎ) 갑자기 안목해변의 카페거리로 목적지를 바꿨어요. (정말 즉흥적-_-;)

씨원씨원한 파도가 쏴아- 치는 안목해변 앞바다!
잠깐 바다 구경하다가, 사람이 덜 붐비는 카페에 들어갔어요. 테라스 자리에 앉아 마시는 커피는 꿀맛. 아무데나 들어가도 기본 이상은 하더라고요! >ㅁ< 꺄.

 바다도 보고, 커피도 마시고, 한 시간 정도 앉아 있었더니 몸이 근질근질. "우리 경포대까지 걸어갈까?"라는 말이 툭 튀어나왔죠. 찬찬히 걸어가도 한 시간이면 충분해 보였어요. 바다도 보고, 해송도 실컷 보고, 또 코로나 때문에 부족한 산책도 실컷 할 수 있겠다 싶었죠. 차로 갔다면 또 다른 선택을 했을 테지만, 가볍게 1박 2일 뚜벅이로 간 저희 부부에겐 꽤 끌리는 선택이었어요. 자, 그렇게 안목해변에서 출발해 강문해변을 지나 경포대를 목표로 한 걸음씩 나아갔어요.

아니, 사실 엄청 좋은 선택! Sea 뷰를 실컷 보면서 해송 사이를 걷고, 또 걸을 수 있는 길! 경포대까지 아주 잠깐 해송길이 끊어지고 계속 이어집니다. 굿굿!

 바다 내음, 소나무 내음이 뒤섞인 길을, 찬찬히 걸었어요. 별 생각 없이 시작된 산책이었는데 그 길에 사람이 거의 없어서 마스크 벗고 상쾌한 공기를 마시며 걷기도 했어요. (가끔 사람이 나타나면 마스크를 잠시 썼다 벗곤 했지요. 하하) 사진으로만 봐도, 싱그러우면서도 속이 뻥 뚫리는 느낌 아닌가요?
특히 중간에 지나친 강문해변의 경우, 잘 모르는 곳이었는데 거대한 스타벅스 건물이 근사하게 세워져 있었고, 버스킹 하는 분들도 보였고, 여기저기 포토존에서 사진 찍는 분들도 많아 보였어요. 아, 여기가 안목해변보다 지금 더 '힙한 곳'이구나 느낄 수 있는 분위기였어요. 실제로 사람도 더 많았고요. 안목해변에 부모님과 함께 온 가족 단위 여행객이 많았다면 강문해변에는 또래 친구나 연인과 함께 온 분들이 더 많이 보였죠. 20~30대 분들이 특히 많았어요.
그 길을 지나 대로로 나오니, 마침 배도 고팠는데 근처에 순두부 마을이 있더라고요. 여기서 '동화가든'이라는 곳이 정말 유명했는데, 저희도 점심 때가 지난 시점이라 슥 들러봤는데 주차장도 만석이고, 줄이 무지무지 길어 보였어요. 그다음 인기 맛집을 찾아보니 바로 근처에 소나무집 순두부가 있었지요. 음식점은 마침 대기가 없어서 바로 식사할 수 있었답니다. 부드러운 두부가 입에서 살살. 동화가든의 맛도 궁금하긴 했지만, 식도락이 목적이 아니라면, 소나무집 순두부도 넘넘 힐링이 되었어요. 또 먹고 싶네요. :ㅁ)

초당 순두부와 그냥 두부를 시켜서 나눠 먹었어요.
같은 집에서 파는 순두부 젤라또 줄이 무척 길어서, 저희도 줄 서서 사 먹어보았어요. 와, 서울에서 열리는 페어에서 먹은 순두부 젤라또와는 차원이 다른 이 맛. 줄에는 이유가 있었어요!

여기 소나무집은 젤라또 줄이 동화가든 못지않았는데요. 젤라또다 보니 그래도 줄이 팍팍 빠져서 금방 살 수 있었어요. 맛있게 먹고, 또 산책을 시작했어요. 이제, 경포호수를 향해 출발. 순두부 마을과 경포호수는 정말 가까워서 10분쯤 걸으니 난설헌 생가가 나왔고, 거기서 5분쯤 가니까 경포호수가 나왔어요.

(허)난설헌 생가의 초입 전경. 참, 고즈넉하죠?
꽃이 예쁘게 흐드러져 있었고요. 아름다워라.
정겨운 장독대들도 나란히, 나란히.

난설헌 생가도 한국식 정원을 제대로 구경할 수 있는 아름답고 호젓한 공간이었어요. 천천히 다 둘러보고 나와서 다시 조금 걷다 보니 나무 사이사이로 청설모가 뛰어놀고 있더라고요. 유해동물이라고는 하지만 귀여워서 찰칵. 어떤 아기 청설모는 사람 아기와 술래잡기를 한참 하기도 했어요. 나무 기둥을 사이로 두고 말이지요. 어찌나 귀엽던지!!! >ㅁ<

난설헌 생가에서 나와 경포호수로 가는 길에 만난 청설모!

그리고 드디어 경포호수! 예전에도 몇번 왔던 기억이 있지만, 어쨌거나 제게는 매번 새롭더라고요. 특히 예전엔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연꽃단지도 딱! 고운 분홍빛이 정말 그림처럼 펼쳐져 있었어요. 아릅답구나, 곱구나, 하는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연등 축제 할 때 쓰는 등 모양처럼 공장에서 찍어낸 거 아닐까 싶을 정도로 단단한 모양도 많아서 정말 신기했지요.

경주 연꽃단지에 간 것처럼 연꽃들도 화사하게 피어 있었고요.
파릇파릇. 귀여운 우산 같기도 합니다.
경포호수를 산책하다 보니, 이 녀석은 깊은 생각에 잠겨...

경포호수를 다 둘러보고 갑자기 급 발바닥이 피로를 호소하기 시작했고 슬며시 졸음도 쏟아졌어요. 아, 경포대가 코앞이지만, 안목해변도 보고 강문해변도 보고, 오늘 하루 종일 바다만 봤는데 이제 그만 봐도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에 넘어가 곧장 숙소로 택시를 타고 갔지요. (강릉, 너무 많이 보면 다음에 갈 곳 없지 않겠어요? 호호) 강릉시티호텔은 무척 깨끗했어요.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조식은 종류가 많지는 않았지만 깔끔하고 맛있었어요. 다음번에 또 강릉 여행을 길게 간다면, 무조건 강릉시티호텔을 예약해서 돈도 아끼고 안락하게 쉬다 가야지 생각했지요. 제 예상보다 숙박비를 절반으로 아낄 수 있었던 굿 초이스. 정말 강력 추천합니다. 10점 만점에 10점!

한참 걷다 보니 피곤해서, 저녁엔 호텔 근처에 있던 파파존스 피자와 근처 올리브영에서 산 나쵸의 조합으로! (꽤 맛있게 먹었답니다.)

근처에 스타벅스와 올리브영이 있어요. 파파존스도 있어서 하루 종일 지쳤다면 편하게 호텔에서 가벼운 식사를 하며 그날의 여독을 풀 수 있는 위치! 점심 때 순두부와 두부를 부드럽게 먹어서인지, 짭잘하고 달큰한 피자와 나쵸가 유난히 맛있었어요. 그 기억 탓인지, 집에 돌아와서도 요즘 파파존스를 자주 먹게 되는 것 같아요. 꺄, 그 맛! 그 맛!
이번 강릉 여행은, 국내 여행도 충분히 즐겁다는 걸 깨닫게 된 계기였고요. 특히 조금만 부지런 떨면 강릉은 당일치기로 기분 전환 하고 갈 수 있는 곳이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운전자가 다소 피곤할 수도 있지만 자차로 와도 충분히 당일치기 가능할 것 같았지요. 다음 번엔, 진짜 당일치기로 바다 보면서 커피 한잔 하고, 맛있는 밥도 먹고 돌아오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강릉 다녀온지 얼마 안 지났는데, 또 가고 싶어요.

코로나로 답답한 요즘, 강릉 여행 어때요?

누군지 모르겠지만 저기 물고기 머리 위에...!

덧, 지금 여행이 위험할 것 같다고 느끼는 분들! 어쩌면 그건 우리의 고정관념일지도 몰라요. 저는 경기도에 사는데 저희 동네보다 강릉에서 사람들이 마스크를 더 많이 착용하고 있었고, 호텔 입장에도 열을 체크하고, 어쩔 수 없는 경우 빼면 거리두기도 잘 실천하고 있었어요. 다 함께 조심한다면, 지금도 충분히 안전한 여행이 가능하답니다. :-)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