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어제 오후엔 광명 이케아에 다녀왔어요. 남편과, 둘째 언니와 함께 갔지요. 원래는 이케아 방문, 그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코스였는데요. 집(부천)에서 30분 거리에 있는 이케아에 도착했더니, 아니 무슨 사람이 그리 많은지! 세상 모든 사람들이 다 광명 이케아로 휴가온 줄 알았어요. 후-아. 주차만 해도 이미 전쟁터! 두 눈 부릅뜨고 주차 공간을 찾아야 했어요. 기분전환 겸 쇼핑도 할 겸 간 거였는데, 되레 더 답답해지고 말았어요. 저는 슬슬 지겨워지기 시작했지요. '답답해, 답답해!'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는 동시에, 갑자기, '을왕리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진짜 찐번개로, 을왕리로 출발했어요. 하하.
"을왕리에 칼국수 맛집도 많아!" 둘째 언니의 이야기에 솔깃. 조개구이 맛집도 무지무지 많은 곳이라지만, 비도 오고 그래서, 칼국수가 간절했지요. 어쨌든 야경도 볼 겸, 칼국수도 먹고 올 겸 저희는 즐거운 마음으로 을왕리로 향했지요. 집에서 이케아로 갈 때와는 달리, 시원하게 펼쳐진 길은 제대로 드라이브 느낌이 팍팍 났어요. 게다가 곧 그 근사한 인천대교를 지날 생각에 설렜어요. 이럴 땐 선곡으로 최신인기가요가 최고! 블랙핑크, 화사, 여자친구, 싹쓰리의 노래들을 연이어 들으며, 반나절 여행 기분을 즐기기 시작했어요.
고작 50분, 금방 을왕리에 도착했어요. 막 해가 지고 있어서 분위기 좋은 해변을 구경할 수 있었답니다. 생각보다 사람이 없었어요. 아무리 코로나 시대여도, 휴가철인데 그에 비하면 사람이 무척 적었지요. 잠시 해변을 걷는데 갈매기들의 시위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어요.
곳곳에 피크닉 매트를 깔고 가벼운 간식을 먹는 사람들이 보였는데, 갈매기들이 마치 골목길에서 삥 뜯는 사람들처럼, 사람들을 둘러싸고 "까아아아아악!" 하는 비명을 질렀어요. 순간, 자동 번역되어 "새우깡 내 놔, 인간아! 너네들만 먹지 말고!"라고 들렸지요. 이렇게 단체로 간식 달라고 조르는 갈매기들도 있었지만, 우아하게 산책을 즐기듯 모래 위를 타박타박 걸어가는 녀석들도 보였지요.
갈매기들의 뒤태가 어찌나 우아하던지, 순간 백조인 줄 착각할 정도였어요. 한참 갈매기 친구들을 구경하다가, 모래 위에 이상한 알갱이들을 발견했어요. 모래알들이 작게 동글동글 뭉쳐서 쌓여 있고 사이사이 작은 구멍이 숭숭 뚫려 있었어요. 이게 뭐얏, 하면서 들여다봤지요.
잠시 그렇게 걷다보니 금방 배가 고파졌어요. 이케아에서 800원짜리 핫도그를 먹고 출발했는데(오, 가성비 갑. 800원은 절대 아깝지 않을 핫도그였어요.), 그래도 배가 고프더라고요. 식당들은 환히 불을 밝혔고, 바다를 향해 문을 활짝 열어놓아 밀폐된 공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었죠. 자, 어디갈까. 여기저기 '조개구이'가 간판 메인에 걸려 있었어요. 물론 그곳들에도 칼국수는 작게 보였지요. 저런 곳엔 칼국수가 너무 서브 메뉴겠다 싶어서 저희는 좀 더 걸어내려갔어요. 그랬더니! '조개구이'와 '해물칼국수' 간판 위에 '해.물.칼.국.수'라고 강조한 간판이 눈에 띄지 뭐예요? 제가 말했어요. "우리 저기 가자. 저긴 간판에서부터 칼국수 부심이 느껴져." 계획 없이 즉흥적으로 다니는 우리인 만큼, 그냥 감으로 고른 식당에 자리 잡았어요.
메뉴판을 보니, 해물칼국수 1인분에 1만 원, 3명 갔으니 칼국수 가격만 3만 원이었죠. "앗, 관광지라 그런지 조금 비싸네." 이런 얘기를 주고 받았죠. (그래봤자, 1-2천 원이지만요!ㅋㅋ) 잠시 기다리니, 드디어 해물칼국수와 김치가 나왔어요. 비주얼이 심상치 않아요.
칼국수 한 입 먹고, 김치 한 조각 베어 물자, 와, 감탄사가 절로 나왔어요. "아니, 이거 1인분에 1만 2천 원은 받아야겠는데? 이 정도면 너무 저렴한 거 아니야?" 하는 얘기도 자연스레 나왔지요. 그만큼 맛있고, 재료도 신선했어요. 칼국수 맛집엔 어김없이 김치도 맛있잖아요? 둘의 조합은 상상 이상이었어요. 그래서 친한 지인들이 하나둘 떠오르며 함께 또 오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배가 살짝 부른 상태였는데도, 셋이서 저 푸짐한 양을 다 먹고 나왔어요. (사진에서 덜 느껴지는데 엄청엄청 큰 그릇에 나와요.)
와-아. 밥 먹고 나와서 바다를 슬쩍 바라보니, 이거 그림이에요? 사진이에요? 현실이에요? 여수 밤바다 부럽지 않아요. 을왕리 밤바다, 왜 이렇게 아름다운 거예요? 우산도 차에 두고 왔는데 비가 쏟아졌죠. 그런데 멈춰 서서 바라보게, 또 사진을 찍게 만드는 이 매력! 지금 돌이켜 생각해도 정말 아름다운 밤바다였어요. 그 여운은, 또 삭막한 도심의 일상을 버티게 해줄 에너지예요. :ㅁ) 밤 운전에 졸음이 찾아오면 안 되니까 운전자를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서 (물론 동행인들도 커피커피) 다시 차에 올랐어요. 돌아갈 길에 펼쳐질 그 야경에 또 설레는 맘...!
사실, 을왕리 해변은 그 자체의 바다와 조개구이 또는 칼국수, 그리고 분위기 좋은 카페들만으로 이미 충분한 반나절 여행지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그 오가는 길의 경치는 어디도 따라올 수 없죠. '우리 답답한데 드라이브나 할까' 할 때 아마 요즘은 대부분, 영종도로 오가는 이 길들을 떠올릴 거예요. 차에서 바라보는 아름다운 경치의 향연. 바다 맛집, 하늘 맛집, (심지어) 해안선과 지평선처럼 펼쳐지는 아파트선(?) 맛집...! 굳이 을왕리에 가지 않더라도, 드라이브 코스로 추천드려요. 무엇보다, 요즘 인천공항으로 향하는 차편이 적다 보니, 도로 위가 한갓져서 막히지도 않고 정말 씨원한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답니다. 흐흣, 마음만 먹으면 평일 저녁에도 가볍게 다녀올 수 있죠.
그리고 한국관광공사에서 발행한 <힐링 드라이브 프로젝트, 슬기로운 차콕여행>에 실린, 이 드라이브 코스에 대한 정보 조금 덧붙일게요. 여행길에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
인천 영종도 야간 드라이브 코스
차를 가지고 영종도로 들어가는 방법은 세 가지. 인천대교 또는 영종대교를 건너는 것. 그리고 월미도에서 배를 타는 것. 다리의 길이가 더 긴 인천대교의 통행료가 조금 비싼 편. (저희는 오늘 들어갈 때 5500원, 나올 때 6600원이 나왔어요.) 영종대교의 북인천 요금소를 이용한다면 반값에 영종도로 들어갈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꿀팁. (공영 주차장에도 자리가 많았고, 전일 4천 원의 요금으로, 무척 저렴했지요.)
뷰맛집으로 유명한 카페 오라(CAFFE ORA)
카페 오라는 이탈리안 레스토랑 겸 카페. 2009년 한국건축문화대상 우수상 수상. (지나가면서 봤는데 건물 외관이 독특해서 "와 저기 봐!" 하면서 같이 바라봤어요. 언니가 말했죠. "저기 커피가 2만 원 넘어." 하하. 호텔 카페 뺨치는 가격.) 엄청난 뷰맛집이라고 하니 한번 방문해보셔도.
다음 주말엔, 인천 영종도 야간 드라이브 코스 어때요?
비가 온다면, 칼국수. 그냥 평범한 한여름밤이라면 조개구이. 어제 다녀왔는데, 벌써 또 가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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